선진국보다 개도국에 집중
인니서 디지털 은행 활성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동남아시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동안 은행권은 경제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동남아를 공략하며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었는데, 카카오뱅크의 합류로 동남아 영토 확장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첫 해외 투자처인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 ‘슈퍼뱅크’가 지난달 공식 출범했다. 슈퍼뱅크는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 앱 그랩을 비롯해 현지 최대 미디어 기업인 엠텍, 싱가포르텔레콤(싱텔)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이다. 카카오뱅크도 지난해 슈퍼뱅크에 10.5%의 지분을 투자했다.
슈퍼뱅크는 카카오뱅크가 국내에서 선보인 입출금통장·예금, 대출, 그랩 연계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인도네시아에서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슈퍼뱅크의 상품·서비스 기획 및 개발 과정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동남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상향과 사업 경험 축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뱅만의 모바일 금융 기술 역량과 이에 기반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현지 금융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동시에 글로벌 디지털뱅크 네트워크 구축 등 사업 기반을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출사표로 금융권에선 동남아 시장에 K-금융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동안 해외 은행 설립·인수는 대형은행들이 주로 해왔지만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중견 및 비은행 금융회사들도 경쟁에 뛰어들게 될 것이라는 이유다.
앞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시중은행들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보다 동남아 더욱 집중하며 글로벌 수익 비중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속에서 중국에서 벗어나 생산을 다각화하려는 기업들에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국내 은행 해외점포 현황’에 따르면 진출국 상위 10개국 중 1위는 베트남(20개)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중국, 인도, 미국이 각각 16개로 집계됐다. 이어 ▲미얀마(14곳) ▲홍콩(11곳) ▲캄보디아(9곳) ▲일본(9곳) ▲인도네시아(9곳) ▲영국(8곳) 등의 순이었다. 전체 점포 202곳 중 아시아지역에만 104곳으로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금융당국도 동남아 시장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김소영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금융 국제화 대응단’을 신설하고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동남아시아(인니·베트남·홍콩)를 방문한 바 있다.
같은 해 7월에는 ‘금융회사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 달께 세계 3대 금융 중심지 중 하나인 싱가포르와 태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금융산업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해 5월 싱가포르, 9월 런던을 방문해 K금융 세일즈를 위해 노력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연말 해외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과 목표를 구체화하는 등 해외사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해외사업 경쟁력을 확대해 2030년까지 해외사업 비중을 30%, 우리금융은 은행 기준 25%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나금융은 중장기적으로 해외사업 이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제안보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진출지역 리스크가 점차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 다변화도 놓치면 안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많은 금융회사들이 대거 중국으로 진출했으나 미·중간 전략경쟁에 따른 여파 등으로 중국내 사업리스크가 커지면서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 됐었다”며 “향후 은행을 비롯한 여타 금융회사들도 신규 혹은 추가 진출지역 선정 시 지역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이 장기적으로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참고해 지역별 진출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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