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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매 맞고 산 엄마 풀어달라”…아버지 흉기 뺏어 살해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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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05년 7월 2일, 존속 살해 혐의로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인 딸 A 씨(27)와 눈물의 상봉을 한 어머니 B 씨(55)는 딸과 헤어진 뒤 부산 연제구 자비사로 찾아가 삼중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앞서 딸 A 씨는 그해 2월, 항소심을 앞두고 재소자 교화 활동으로 유명한 삼중 스님에게 “모든 잘못이 나에게 있다, 평생 아버지에게 맞고 산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에 삼중 스님은 이들 모녀의 사연을 알리면서 도움을 호소했다.

삼중 스님과 여성단체들의 적극적인 구명 운동에 힘입어 1심에서 시체 훼손 시신 유기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받았던 B 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형을 선고받고 풀려났고 존속살해 시체 훼손 시신유기 혐의로 징역 15년 형의 딸 A 씨도 징역 8년 형으로 감형받았다.

이러한 형량은 섬뜩한 죄목에 비해 가벼운 형량으로 당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 27년간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아버지, 남편…주먹질은 예사, 툭하면 흉기 꺼내

B 씨는 1977년 중매로 만난 C 씨(1951년생)와 결혼, 딸 A 씨와 3살 터울 아들을 낳았다.

겉보기엔 단란하게 보였지만 가족들은 술만 먹으면 돌변하는 C 씨로 인해 하루하루 두려운 날을 보냈다.

C 씨는 술만 걸치면 폭력성을 드러내 아내는 물론이고 자식들에게까지 주먹을 휘둘렀다.

자녀들이 성장한 뒤 폭력을 피하거나 막는 모습을 보이자 흉기까지 들이대며 “다 죽여버리겠다”를 외쳤다.

비극의 그날도 C 씨는 가족들을 위협했다.

◇ 흉기 들고 ‘죽이겠다’는 아버지, 흉기 뺏어 찌른 딸

2004년 7월 29일 저녁, 술에 취한 C 씨는 경남 마산의 자기 집으로 들어가 가족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슬슬 피하자 화가 치민 C 씨는 흉기를 들고 나와 “다 죽여버리겠다”며 휘둘렀다.

아버지 팔을 붙잡으며 만류하려 애썼지만 여의찮아지자 딸 A 씨는 아버지 손에서 흉기를 뺏어 찌르고 찔렀다.

A 씨는 아버지가 방안으로 도망치자 따라간 뒤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아 숨지게 했다.

순식간에 일이 벌어지자 B 씨는 이 일로 딸의 장래를 망치면 안 된다고 생각, 범행을 숨기려 했다.

모녀가 선택한 길은 ‘아버지 존재 자체를 없애는 것’이었다.

◇ 시신 토막, 손가락 지문 도려내 집 부근, 멀리 야산 곳곳 유기…

모녀는 C 씨 시신을 10토막 냈다. 혹시나 발견될지라도 신원 파악을 하지 못하도록 손가락 지문을 도려냈다.

이어 시신 일부는 집 근처 공원, 또 다른 일부는 집에서 30km가량 떨어진 마산시 구산면 일대 야산에 묻었다.

C 씨 피살 3일 뒤인 8월 1일 공원을 산책하던 시민이 썩은 냄새를 이상하게 여겨 접근, 사람 신체 일부임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 경찰 수사에 착수하자 ‘실종신고’…

C 씨 시신 발견 소식을 접한 A 씨는 ‘아버지가 저녁을 먹은 뒤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겼다’며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 수사에 혼란을 주려 했지만 뒤늦은 실종신고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A 씨와 어머니 B 씨, 아들 등 가족들을 불러 추궁, 8월 11일 A 씨와 B 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 검찰 “범행 은폐, 수법 잔인” 무기징역 구형…1심 “정상 참작되지만 반인륜적 범행, 15년형”

1심에서 검찰은 “범행을 은폐하려 했고 수법이 잔인하며 무엇보다 천륜을 저버렸다”며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A 씨에 대해 무기징역형, 어머니 B 씨에겐 징역 10년 형을 구형했다.

창원지법 제3형사부는 2004년 12월 29일 “가정폭력으로 인한 범행이라는 점은 참작되지만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체를 토막 내 공원과 야산에 유기한 것은 반인륜적으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15년형을 내렸다.

또 어머니 B 씨에게도 같은 이유로 징역 5년 형을 선고했다.

◇ 여성단체, 삼중스님 탄원서…2심 “심신미약 아니지만 정상· 탄원서 참작, 딸 8년·어머니 집행유예”

여성단체들은 모녀가 장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려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보였다며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삼중스님도 각계 인사들에게 모녀를 도와줄 것을 호소, 탄원서 대열에 동참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1심 구형량(딸 무기징역, 어머니 징역 10년형)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성철)는 2005년 6월 30일 “A 씨가 정당방위를 주장하지만 명백히 살해의도가 있었다. B 씨도 가정폭력 피해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매 맞는 아내 증후군)를 앓아오다 딸의 장래를 생각해 사체를 훼손한 점은 인정된다”고 했다.

또 “B 씨가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만 당시 증상이 사물을 분별하지 못하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20년 이상 계속된 가정폭력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 이에 따라 A 씨는 재발성 우울성 장애, B 씨는 매 맞는 아내증후군을 앓고 있는 점, 다른 가족이 선처를 호소하는 점, 각계의 탄원서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1심 판결을 깨고 A 씨에게 징역 8년 형을 선고했다.

B 씨에 대해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즉시 석방했다.

방청석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머니s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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