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경제TV 김병주 기자] 금융당국의 ‘기술마중물’ 공급 확대가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실제 혁신‧중소기업 대상 은행권의 유동성 공급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당장 이달부터 금융당국의 ‘기술신용대출’ 개선 방안이 시행되는데, 당국은 이같은 조치가 실질적인 ‘기술금융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실제 기술금융 공급 확대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당국의 조치가 기술금융 대상 기업의 한도 및 금리 우대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상당한 수요가 일반 대출에서 기술금융으로 쏠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1일부터 기술금융 강화 조치 시행
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금융당국은 기술금융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기술금융 개선방안’을 이날부터 본격 시행한다.
이번 방안은 지난 4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기술금융 지원 및 강화 전략의 결과물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기술신용대출을 포함한 기술금융 전반의 실효성 담보, 그리고 ‘마중물 공급’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금융당국은 당장 7월부터 기술기업 평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술신용평가 제도를 개선한다.
일단 은행에서 기술신용평가사에게 관련 평가를 의뢰할 때, 은행 본점에서 평가사를 지점에 임의 배정하도록 조치한다. 이를 통해 평가사에 대한 은행 지점의 영향력을 배제, 보다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기술평가사는 임의대로 평가 점수를 높이거나 낮추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도록 기술신용평가 등급별 정량점수의 최소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등급판정 가이드도 제공, 보다 체계적이면서도 신뢰도를 담보할 수 있는 평가 결과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히 기술신용평가 운영과정에서 평가자가 조사자료를 허위 기재 또는 임의 수정‧조작하는 등 신뢰성을 저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업무규범도 추가했다”라며 “이밖에 평가 절차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전문인력 요건 정비 및 업무규범을 강화하는 등 개선사항도 추가 조치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비(非)기술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다. 그간 일반 병원 및 의원, 소매업체 등 비기술기업도 기술금융을 의뢰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같은 ‘꼼수 지원’도 원천 차단된다.
무엇보다 기술금융 본연의 취지를 강화하기 위한 테크평가(기술평가) 제도도 상당부분 개선된다.
우선 테크평가 지표에 은행의 기술금융 우대금리 제공 정도를 신규로 추가(16점)한다. 또 기술금융의 신용대출 배점을 기존 20점에서 24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담보나 매출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기술금융을 통해 대출 한도‧우대 금리 측면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당국 조치에 ‘실효성 높아지나’
금융당국이 이처럼 기술금융 확대를 위한 대규모 정책 변화에 나선 까닭은, ‘기술마중물’을 대표하는 유동성 공급 상품임에도 정작 실효성 측면에서 여전히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침체 장기화,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면서 실질적인 마중물 공급이 필요한 중소‧혁신기업에 ‘돈맥경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 과정에서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가 단행된 ‘기술금융’ 또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에서 공급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8조9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308조2780억원) 대비 약 1850억원(0.2%) 가량 감소한 수치다. 공급 건수 또한 지난 4월 말 기준 71만4098건에서 지난 5월 말에는 71만84건으로 4,000여 건가량 감소했다.
기술신용대출을 공급하는 국내 17개 은행 중 전월 대비 유의미한 잔액 및 공급건수 증가세를 보인 곳은 기업은행, 단 한 곳 뿐이었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5월 말 기준 공급잔액(107조 2,297억 원), 공급건수(23만8587건)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월 대비 7500여억원, 1100여건 가량 개선된 수치다.
반면 기술신용대출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공급 규모가 오히려 줄었다. 지난 5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50조7905억원으로 전월 말(151조3963억원) 대비 0.4%(6058억원), 공급건수도 33만6161건에서 33만560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물론 지난 3월 말 대비 4월 말 기술신용대출 잔액 감소분(1조1300억원)보다는 감소폭이 줄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잔액 증가세로의 회복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기술마중물 공급 늘어날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가 실질적인 기술금융 공급 확대에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중소기업 대출 대비 금리 및 한도 경쟁력이 높아진 데다, 정책금융 공급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은행권 대상 인센티브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했듯 기술신용대출의 총잔액‧공급 건수가 아직 이전의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데 비해, 또 다른 비교 지표인 ‘평가액’은 비교적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평가액이란 지난 2015년 6월부터 공시된 지표로 실제 기술신용대출의 실질적인 신규 공급규모를 의미한다. 지난 5월 기준 기술신용대출 평가액은 233조818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월(233조2878억원) 대비 5300여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이자, 지난해 말(230조7812억원)보다는 3조원 이상 불어난 규모다.
특히 은행권 전반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도 기술신용대출이 적잖은 기여를 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31.3조원으로 전년 동기(494.6조원) 대비 7%(6.7조원)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도 162조4653억원에서 150조7905억원으로 11.7조원 가량 줄었다. 이는 전체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감소분 보다 두 배 가까이 큰 규모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존 중소기업 대출 이자 상환, 한도 증액에 어려움을 겪은 차주 수요가 기술신용대출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며 “당국 기조에 맞춰 기술신용대출 공급 확대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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