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고가주택을 겨냥한 역모기지 상품을 강화한다. 민간 주택연금 시장이 활성화 될지 주목된다.
하나은행은 이 달부터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역모기지(주택연금) 상품 ‘하나 역모기지론’을 본격 판매한다.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거시설 소유주만 가입할 수 있는데 이를 초과한 주택, 특히 아파트를 담보로 생활자금 대출을 내주겠다는 것이다. 실거래가 17억원 이상 아파트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합류로 4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KB국민·신한·하나 은행 세 곳이 자체 역모기지 상품을 갖추게 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주택금융공사 보증을 받을 수 없는 고객 층에서 역모기지론 니즈가 있었다”면서 “보증 적용 없이 일반 담보대출에 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이 주로 취급하는 역모기지 상품은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서를 발급하는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거용 주택이 대상이다. 민간 역모기지 상품은 하나은행에 앞서 국민은행, 신한은행에서 운영 중이나 공급이 미미한 수준으로 사실상 지금까지 큰 의미가 없었다. 지역 농·축협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연금형 생활자금대출’을 운용 중이나 이 역시 규모가 크지 않다.
이런 와중에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모기지 상품이 새로 나온 것은 서울과 경기권역에 이른바 똘똘한 집 한채를 소유한 ‘뉴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집값 상승 분위기가 이어지며 주금공 보증 역모기지론이 주춤한 것도 은행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올해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 수는 5240명(누적)으로 1년 전 같은 기간(6487명)보다 22% 감소했다. 해지 지난 4월 341건으로 1년 전(255건) 대비 34% 증가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은행 관계자는 “서울, 경기 주요 지역 아파트 국평(국민평형, 84㎡) 실거래가가 20억원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아파트 한 채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상으로 한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특히 국내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사회 고령화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국가 보증 외 다양한 방식으로 역모기지 시장이 변화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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