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너무나 좋아했던 선수인데,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도 듭니다.”
최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한 팬은 롯데 자이언츠의 우완투수 나균안의 ‘일탈’에 굉장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리스트로 주가를 높이던 나균안이 선발 등판 전날 늦은 시간까지 음주를 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거인 군단의 토종 에이스이자 ‘신데렐라’로 부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나균안은 지난 24일 부산 KIA전에서 1⅔이닝 8실점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홈 관중의 야유를 들어야 했다.
시즌 초부터 사생활 논란 등이 있었던 그는 선발 등판 하루 전날 음주 사건까지 겹쳤고, 결국 롯데 구단은 30경기 출전 정지와 40시간의 사회 봉사활동의 ‘철퇴’를 내렸다.
나균안 한 명만의 문제는 아니다. ‘페어플레이’로 팬들에게 박수를 받아야 할 스포츠 스타들이 각종 사건 사고로 팬들의 혀를 차게 하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국가대표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오재원은 은퇴 후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프로축구 FC서울에서 뛰었던 수비수 황현수는 음주 운전 후 이 사실을 은폐하다 뒤늦게 적발, 지난 25일 구단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퇴출당했다.
여자 피겨 스케이트 국가대표인 이해인의 일탈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가대표로 이탈리아 전지훈련을 가서 음주한 것도 모자라 미성년자인 A선수를 성추행해 대한빙상연맹으로부터 3년 간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이해인은 A와 연인 관계였다며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연아 키즈’로 불리며 사대륙선수권 우승, 10년 만의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 등으로 기대를 모았던 스타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씁쓸한 현실이다.
스포츠의 기본은 ‘정정당당’이다.
팬들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값진 땀을 흘렸다는 것을 알기에 박수를 보내고 아낌없는 사랑을 선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별’들이 기본적인 신뢰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적어도 선수로의 기본적인 책무를 망각하고 있다.
한 지도자는 최근 벌어지는 잇따른 선수들의 일탈을 바라보며 “정말 팬들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 지도자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힘들지만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인데 그걸 잘 모른다”고 했다.
최근 들어 스포츠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손흥민과 같은 일부 유명 스포츠 스타들은 사회 전반의 트렌드를 이끄는 ‘아이콘’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더 빠르게 전파된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는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수 있었던 것도 이제는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민다.
스포츠 스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꿈과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팬이 없는 프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스포츠 스타들도 사회적인 책임감과 윤리 의식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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