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의석수 192석’의 거대 야권이 검찰청 폐지를 추진하자 법조계에선 ‘졸속 입법’ 우려가 나왔다. 정치권이 충분한 고민 없이 법안을 추진할 경우 수사 지연과 수사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안팎에선 야당의 보복성 의도가 명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치검찰이 야당 탄압”…검찰청 없애고 수사권 중수청에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공소청법·중수청법·수사절차법 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4법’을 다음 달 초 일괄 발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태스크포스(TF)도 다음 달 초 법안 발의를 목표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야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법안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다.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이관하고, 공소청에서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21대 국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로 제한한 데 이어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여당’ 시절부터 야권이 제시한 검찰 개혁의 명분은 ‘검찰이 수사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TF 1차 회의에서 “검찰은 증거도 없이 진술에만 의존해 기소하고 무혐의 종결 처리된 사건을 되살려 기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검찰의 탈정치화·탈권력기관화가 목표”라고 했다.
◇법조계 “수사 지연 회복 불가능할 것”
그러나 법조계는 검수완박 이후 수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면 수사 공백이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발생한 문제점을 분석하기도 전에 수사권 분리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사법체계 근간을 바꾸는 내용인 데다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수사권 없이 기소와 공소 유지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소하고 공소를 유지하려면 사건을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보완수사도 요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단절된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금도 변호사들이 증거를 찾아다 줘야 기소가 되거나 무혐의가 된다”며 “(수사권 조정 이후) 이미 공소제도가 무너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현직 검사도 “보완 수사를 아예 못 하게 되면 수사 지연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결국 국민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제장치 없으면 검찰 없애도 폐단 그대로”
수사 통제 방안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이 검찰청 폐지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가 됐던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단순히 다른 기관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해당 기관의 통제 방안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수사 경험을 축적한 검찰과 달리 중수청이 새롭게 수사 역량을 키우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을 지낸 정웅석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지금도 검사를 비판하는 이유가 직접수사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다른 기관에 넘겨서 수사한다고 폐단이 안 나타나진 않는다”며 “또 다른 수사기관인 중수청에 통제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결국 검찰의 폐단이 그대로 넘어가는 셈”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제도로서 검찰을 없애버리고 기소만 담당하도록 하는 건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정치 관련 사건은 1년에 5~6건에 불과하고 99.6%는 일반 형사사건인데, 일부 정치적 사건에서 자신들과 생각이 안 맞는다고 검찰 기능을 무력화 시키는게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라고 말했다.
◇재판·수사중인 야당…檢 “보복성 의도” 반발도
검찰은 아직 법안이 발의되지 않은 만큼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다만 내부에선 수사를 받는 야당이 보복성으로 법안을 추진한다는 반발도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사건을 비롯해 총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을 동시에 받는 중이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은 전당대회 기간 돈봉투를 수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조국혁신당 역시 검찰개혁4법을 발표한 이들 중 조국 대표와 황운하·차규근 의원은 재판을 받고 있고, 박은정 의원은 공수처 수사 중이다. 조 대표는 2심까지, 황 의원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한 검찰 간부는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가 정착해 제대로 굴러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보복성이라는 의도가 너무 명백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도 “검찰이 밉다는 이유로 뼈대를 건드리는 걸 속도전을 한다”며 “그 책임을 누가 질 거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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