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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교통호재에 초고층 주상복합까지… 동북권 상권 동대문에서 청량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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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청량리역 6번 출구로 나오자 초고층 빌딩들이 늘어서 있었다. 퇴근 시간이 되기 전이었지만 역 주변에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주상복합 오피스텔은 아직 공실들이 곳곳에서 보였지만,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손님이 가득 차 자리가 없었다.

지난 26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상권에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 /방재혁 기자
지난 26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상권에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 /방재혁 기자

◇노후 상권에서 고층 오피스텔 배후 수요 갖춘 청량리

청량리역 인근 오피스텔 중 한 곳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사장은 “아직 상권이 살아났다고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입주를 마치면 더 기대해도 될 정도의 매출은 나온다”며 “입점을 준비 중인 상가들까지 채워지면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서 노후화한 상권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상권이 고층 주상복합 단지가 들어서고 GTX 등 교통호재가 이어지면서 공실을 회복하고 있다. 서울 동북권 대표 상권이 동대문에서 청량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6일 청량리역 인근 고층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방재혁 기자
지난 26일 청량리역 인근 고층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방재혁 기자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청량리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8.3%였다. 엔데믹 초기였던 2022년 3분기 10.4%까지 공실률이 올라갔지만 1년 만에 약 2.1%포인트(p) 감소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2년 4분기 3.6%에서 올해 1분기 0.6%까지 회복하면서 공실 거의 없어.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3.8%로 서울 평균인 5.7% 밑돌았다.

최근 청량리역 인근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이 이뤄져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들이 입주한 것이 영향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입주 시작한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486가구)를 비롯해 지난해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1425가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1152가구) 등 대규모 입주가 이뤄졌다. 해당 오피스텔들은 오피스텔 시장 하락세에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량리역과 연결된 교통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청량리역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노선(송도~마석), GTX-C노선(덕정~수원)이 정차할 예정이다. GTX 2개 노선이 정차하는 곳은 청량리역을 제외하면 서울역, 삼성역 뿐이다. 면목선(청량리~신내동) 강북횡단선(청량리~목동) 등도 연결될 예정이다.

청량리역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공실이 남았지만 최근 오피스텔 입주자들이 늘면서 상가들을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며 “입점 문의도 꾸준히 들어온다”고 했다.

다만 임대료가 급격히 높아져 공실을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청량리역 인근 오피스텔 건물에 위치한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입점 문의는 많이 들어오는데 신축이라 인근 상권 대비 임대료가 높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며 “최근 임대료가 조금씩 낮춰지면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공실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류 상권 한계 도달한 동대문 상권… 공실만 늘어

한때 ‘패션 1번지’로 불리던 동대문 대형복합쇼핑몰 앞 거리는 청량리와 달리 한산했다. 한 대형복합쇼핑몰에 들어가니 1, 2층은 외국인 손님들이 보였지만 3층은 손님이 거의 없고, 구석으로 돌아가니 공실이 대부분이었다. 해당 쇼핑몰에서 여성복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 시절보다 매출이 더 안 나온다. 가게에 연락처만 붙여두고 출근하지 않는 곳도 많다”며 “현재 상황으로는 관리비 내기도 빠듯하다”고 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 대형복합쇼핑몰 앞 거리가 한산한 모습. /방재혁 기자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 대형복합쇼핑몰 앞 거리가 한산한 모습. /방재혁 기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대문의 상징인 대형복합쇼핑몰이 포함된 집합상가 공실률은 직전 분기에 이어 12.1%를 유지하면서 서울 도심권 중 가장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인근 남대문의 집합상가 공실률인 1.4%의 8배 수준이다. 동대문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엔데믹을 선언한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하락했다가 올해 1분기 13.6%로 직전 분기 대비 1.5%포인트(p) 상승했다.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7.8%에서 올해 1분기 12%로 4.2%p 올랐다.

서울 중구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APM, 밀리오레, 굿모닝시티 등 대형복합쇼핑몰 전체적으로 공실이 약 30~40% 정도 된다”며 “코로나 엔데믹 이후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기존 가게를 확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엔데믹 이후 더 어려워져 간신히 버티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 대형복합쇼핑몰 공실. /방재혁 기자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 대형복합쇼핑몰 공실. /방재혁 기자

◇전문가들 “미래 놓고 보면 청량리 상권이 성장 가능성 커”

최근 서울 동북권 대표 상권인 동대문 상권 등이 쇠퇴하면서 동북권 전체적으로 유동인구가 줄었지만 청량리는 이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형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고 교통호재가 반영되면서 수요를 끌어들일 만한 요소를 갖추면 성장 가능성이 더 있다는 설명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상권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다만 청량리는 고층 아파트, 오피스텔이 들어서 배후 수요들이 생겼고 GTX 등이 들어서면 지금 상권보다 확장되고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며 “동대문은 지는 상권에 가까워 미래를 놓고 본다면 청량리 상권이 더 미래에 성장할 가능성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요를 끌어들일 콘텐츠가 부족해 신축 건물만으로 상권의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최근 소비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오프라인 상권이 살아남으려면 수요를 끌어들일 상권의 테마,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며 “청량리역 상권은 노후화된 상권이라는 이미지를 벗었지만 아직 콘텐츠 등이 부족해 긍정적으로만 전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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