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자산 합치면 50조 육박
단숨에 업계 6위 생보사 확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포석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합병(M&A)에 올인하는 대신, 기존에 관심을 보였던 매물인 롯데손해보험에서는 손을 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은 단숨에 업계 6위권의 생명보험사를 보유하게 되며, 해당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이번 기회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함과 동시에 보험업계에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겠다는 포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내용의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M&A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현재 동양생명의 최대 주주는 중국 다자보험으로 지분 42.01%를 갖고 있고, 2대 주주는 중국 안방그룹이 지분 33.33%를 보유하고 있다. ABL생명의 경우 중국 다자보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이들 보험사를 인수하고 합병하면 생보업계 순위는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두 보험사의 자산 합계만 5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은 각각 32조4402억원과 17조4707억원으로, 이를 합하면 49조9109억원이다.
이같은 자산은 ▲삼성생명(280조4704억원) ▲교보생명(116조799억원) ▲한화생명(113조6177억원)▲신한라이프생명(57조5952억원) ▲NH농협생명(53조8435억원)에 이어 생보사들 중 6위에 해당하는 규모가 된다. 그 뒤로 ▲미래에셋생명(32조3330억원) ▲KB라이프생명(31조7923억원) ▲메트라이프생명(23조5959억원) ▲흥국생명(23조4672억원) 등이 위치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선 우리금융의 동양생명, ABL생명의 인수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동양생명은 현재 생보사 매물 중 가장 매력적인 매물로 중국 다자보험 측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각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서로 수요가 강한 상황을 볼 때 순조롭게 매각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할 경우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해 회계적으로 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우리금융 입장에선 두 생보사를 인수하는 것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측면에서 보나 회계적으로 보나 유리하다”며 “결국엔 매각가와 인수 희망 가격의 차이가 얼마 나냐, 조정이 가능하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염가매수차익은 주가순자산비율이 1 이하일 때 얻는 것으로, 통상 A기업이 B기업을 인수할 때 지불한 가격이 B기업의 순자산의 시가보다 낮으면 차익만큼 A기업이 얻는 이익을 말한다. 이점으로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하면 매각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
향후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실사를 진행하고,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두 생보사에 대한 주식매매계약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그간 롯데손보 인수전에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그러나 지난 28일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인수를 위한 실사 결과를 토대로 본입찰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날 우리금융은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롯데손보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우리금융의 선택은 시장에 맞지 않는 롯데손보 고평가 논란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거란 평가다. 시장에 알려진 롯데손보 매각가는 2조원 대 중반에서 3조원 대로 알려졌지만, 우리금융은 1조원 대 중반 수준의 가격을 제시했을 거란 예측이다.
롯데손보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4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 줄었다. 2022년엔 9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나 지난해에는 30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1년 새 이익 규모가 4000억원 늘었지만, 이 같은 기조를 지속하지 못할 거란 전망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4월 롯데손보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실사를 통해 인수 여부부터 시작해서 엄격하게 들여다 볼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절대 과도한 가격 제시(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높은 은행 의존도를 갖고 있어 생보사든 손보사든 인수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우리금융이 롯데손보를 실사한 결과 성장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매각가 의견 차이로 인수전에 불참했을 것으로 파악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우리금융의 인수전 포기로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롯데손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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