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 누렸던 삼성전자 TV 파브
국내 시장 성공하며 글로벌 1위로
한때는 시장을 선도했던 가전 브랜드들이 조용히 자취를 감추고, 어느새 새로운 브랜드가 시장에 등장한다. 시장을 흔들었던 그 브랜드들은 왜 탄생했고 왜 없어졌는지, 그 배경과 역사를 알아봤다.
2002년 6월, 사람들은 한일월드컵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호프집으로 몰려다녔다. 호프집의 경쟁력은 단연 더 큰 TV화면이었다. 그래서 문 앞에 ‘대형 프로젝션TV 완비’라고 써 붙이고 손님을 끄는 집도 꽤 있었다. 대형 프로젝션TV가 대중화하지 않았으면 찾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42인치 대형 프로젝션TV는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프리미엄급 TV를 출시하며 대형TV 시장을 이끄는 데 맹활약한 주역이었다. 한일 월드컵 개최 3년 전인 1999년 삼성전자가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를 대비해 대형TV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당시 국내에는 경기불황에도 고급 가전제품이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삼성전자 냉장고 ‘지펠’이 그런 경우였다.
프리미엄 가전과 외제에 대한 시장 선호도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지펠처럼 독자적인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삼성’이 아니라 ‘파브(PAVV)’라는 이름으로 프리미엄 TV를 출시한 것이다. 파브라는 이름에는 ‘강력한 음향과 넓은 시야(Powerful Audio & Vast Vision)’라는 뜻이 담겼다.
높이는 168cm, 가격은 758만 원. 프로젝션TV 파브 61인치 모델은 당시 국내 가전제품 중 비싼 것으로 분류됐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 1년 만에 50%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파브가 성공한 가운데 얼마 뒤 LCD TV가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2007년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는데, 파브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8년 인터넷, USB와 연결되는 ‘파브 브로도TV 750’가 출시됐다. 2009년 출시된 파브 LED TV는 포털사이트 ‘야후’와 제휴해 사진과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됐고, 간단한 온라인쇼핑 등 TV 위젯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후 삼성전자는 ‘삼성’이라는 기업 브랜드의 정체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강화하기 위해 파브의 이름을 없앴다.
현재 삼성전자는 2006년 글로벌 TV 시장 1위 달성 이후 18년 연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30.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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