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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9일!] “어떻게 건물이 무너지나”… 초대형 인재에 할말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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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6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502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붕괴된 삼풍백화점의 모습. /사진=뉴시스(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제공)

1995년 6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이날 사고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 부상, 6명이 실종됐다.

분홍색 건물로 단연 눈에 띄는 삼풍백화점은 부자동네 강남에 들어선 초호화 백화점이었다. 이날 오후 5시57분 평소처럼 쇼핑을 즐기던 이들은 찰나의 순간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고 말았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시신 수습과 함께 매몰된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인력이 대거 파견됐고 극적으로 생환한 사람들은 구조 과정을 지켜보던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중에서도 10일 넘게 매몰됐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 젊은이들이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 11일째 되던 날 백화점 아르바이트생 최명석씨(남·20)의 구조 소식이 들린 데 이어 이틀 후에는 백화점 직원인 유지환씨(여·18)가 잔해더미에서 살아 돌아왔다. 그리고 더 이상 생존자가 없을 것처럼 느껴지던 17일째 되는 날 역시 백화점 직원인 박승현씨(여·19)가 끝까지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텨내 극적으로 구조됐다.

강남의 상징으로 불리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아직도 국민들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큰 충격을 안겼다. 그렇게 위풍당당하던 삼풍백화점이 갑자기 붕괴된 이유는 무엇일까.

삼풍백화점 붕괴 원인은?

부실공사로 지어진 삼풍백화점의 붕괴 사고는 예견된 일이었다. 사진은 삼풍백화점 붕괴 20주기인 지난 2015년 6월29일 서울 서초구 매헌로 양재시민의숲에 마련된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 앞에서 유가족들이 참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삼풍백화점은 여러 부실 공사와 운영상 문제점도 있지만 결정적 붕괴 원인으로는 백화점 옥상의 에어컨 냉각탑 이동이 꼽힌다. 삼풍백화점 옥상에는 에어컨 냉각탑 3대가 있었다. 이 냉각탑들의 무게만 해도 36톤, 냉각수까지 채우면 무려 87톤이었다.

에어컨 냉각탑의 무게는 옥상이 견뎌낼 수 있는 하중의 4배가 넘었다. 이로 인해 삼풍백화점은 개장 초기부터 미세한 진동과 물이 새는 현상이 발생했다. 건설 초기에 냉각탑은 삼풍백화점 옥상 동쪽에 설치됐다. 하지만 냉각탑의 시끄러움 때문에 백화점 근처 삼풍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계속되자 백화점 측은 1989년 11월부터 12월 정식 개장 전까지 이 냉각탑들을 반대편 우측으로 옮겼다.

냉각탑을 옮기는 과정에서 삼풍백화점은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 냉각탑 무게를 고려해 크레인으로 옮겨야 하지만 삼풍백화점 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냉각탑 아래에 롤러를 장착해 옥상 상판 위에서 옮겼다.

1대당 12톤이나 되는 냉각탑이 옮겨지면서 옥상 바닥과 지지 구조물에 엄청난 압력을 줬고 특히 건물 붕괴의 단초가 된 5E 지주 부분에 큰 충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건물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둥에도 영향을 미쳐 건물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안타까운 것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진은 그 모든 골든타임을 무시한 채 영업을 강행했다. 결국 이 사고는 그들의 손에서 시작된 셈이다.

삼풍백화점 경영진, 붕괴 징후에도 영업 강행

삼풍백화점은 어느날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니다. 붕괴 사고 발생 전부터 붕괴 징후는 계속 발견됐다.

사고 발생 전부터 건물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지만 삼풍백화점 경영진은 침묵을 지킨 채 계속 영업을 강행했다. 50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 사상 최악의 인재로 이어졌다는 진실이 당시 국민을 더욱 분노케 했다.

삼풍백화점의 붕괴 조짐은 1994년 1월부터 시작됐다. 1994년 1월5일 삼풍백화점 옆 레포츠센터 2층에는 삼풍문고가 들어섰다. 서적 무게가 건물에 가해지면서 레포츠센터와 중앙홀의 균열은 눈에 보일 정도로 심각해졌다. 이에 삼풍백화점 총관리부는 1995년 3월2일 서점을 철수했다. 서점을 철수했음에도 한 번 생긴 균열은 점차 크기를 늘려갔다. 미세한 균열이었던 것이 중앙홀과 스포츠센터 건물 뼈대 구부러짐 현상으로 번졌다.

이러한 조짐에도 삼풍백화점 측은 눈 가리고 아웅 식 대처로 일관했다. 심지어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두 달 전인 1995년 4월에는 백화점 5층 북관 식당가 천장에 균열이 생겼고 5월에는 5층 바닥이 내려앉기 시작했지만 백화점은 영업을 계속했다.

계속되는 붕괴 조짐에 삼풍백화점 경영진은 임형재 우원건축 소장과 이학수 구조기술자를 불러 긴급대책회의에 들어갔다. 회의는 심지어 붕괴 사고 발생 2시간 전에 진행됐다. 임 소장은 백화점 영업을 중지하고 고객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준 삼풍백화점 회장은 자신의 욕심을 절대 내려놓지 않았다. 이 회장은 영업을 계속하면서 보수공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안일했던 경영진들은 붕괴 조짐을 가벼이 여기며 영업 강행을 결정했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졌다.

붕괴 사고 발생 17분 전. 당시 삼풍백화점 시설부장은 다급히 이 회장에게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긴급회의 중이던 이 회장과 경영진들은 고객과 직원들은 그대로 둔 채 자신들만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심지어 이 회장과 경영진은 상태가 심각한 중앙홀 1층과 2층만 영업을 정지하고 백화점 1~2층 영업을 강행했다. 구조물 보수로 1층의 침하 현상은 막았지만 5층 천장이 무너져 내린 것은 막지 못했다.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시간 17분이 있었음에도 이 회장과 백화점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목숨만 챙긴 것이다.

502명 사망한 최악의 초대형 참사… 관계자 처벌은?

삼풍건설산업 이준 회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징역 7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1995년 김영삼 대통령(오른쪽 세번째)이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을 순시하는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벌어지지 않아도 될 초대형 참사에 전 국민은 분노했다. 직원과 고객은 놔두고 대피한 이 회장과 삼풍백화점 경영진을 향한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 회장은 붕괴 이후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기자들을 향해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것은 손님에게도 피해가 가는 것이지만 우리 회사의 재산도 망가지는 것”이라며 “내가 어떻게 붕괴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 할 수 있겠나”라고 말해 국민의 불난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들은 이 회장과 삼풍백화점 경영진, 또 비리를 통해 위험건물을 허가한 공무원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국민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을 선고해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유족의 마음을 한 번 더 무너지게 했다.

1996년 8월23일 대법원은 이 회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징역 7년6개월을 선고했다. 502명의 목숨을 앗은 죄가 7년6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오자 언론과 국민의 질타가 이어졌다.

또 삼풍백화점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설계 변경 등을 승인해 준 전 서초구청장 이충우·황철민에게는 뇌물수수죄를 적용해 각각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300만원과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200만원이 확정됐다.

정상기 전 서울시 상정계장, 김수익 우성건설 형틀반장, 김재근 전 서초구청 주택과장 등 피고인 10명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300만원에서 선고유예 및 추징금 100만원의 원심 형량이 선고됐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대해선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치상·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횡령)·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수수·뇌물공여·부정처사후수뢰·수뢰후부정처사·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총 25명이었다.

벌어지면 안 되는 붕괴 사고를 일으킨 25명을 향한 형벌은 그 어떤 죄의 무게보다 가볍게 끝났다. 502명의 희생자뿐만이 아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당시 국민들에게 멀쩡한 건물도 무너질 수 있다는 트라우마를 안겼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진 이는 단 한명도 없었던 셈이다.

머니s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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