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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아리셀 참사, 외인 노동자 열악한 현실 바뀔까[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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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이 땅에 죽으러 오지 않았다”(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지난 24일 대한민국을 놀라게 한 참사가 또 한 번 일어났습니다. 경기 화성시 전곡산업단지의 아리셀 공장 화재입니다.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이곳에서 보관 중인 리튬 배터리가 폭발해 직원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습니다. 국내 화학업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중 역대 최대 피해 규모입니다.

이주 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입니다. 건설업과 제조업 등 저임금 위험 일자리에 외국인 노동자가 몰려 있고 언어 장벽 등을 이유로 안전 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인데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산업재해 빈발국이라는 오명을 벗도록 안전한 노동 환경을 구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피해 규모가 커서만은 아닙니다. 전체 사망자의 약 80%(18명)가 중국, 라오스 등 해외에서 온 이주노동자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해외 주요 외신들은 한국이 선진국 중에서도 근로자의 산업재해 사망률이 높은 점, 내국인이 기피하는 기피 업종에 이주 노동자들이 몰리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산업재해를 당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지난 5년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9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 7778건이던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신청 승인 건수는 2023년 9097건으로 늘었습니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3910건이 승인된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산재 사망자도 꾸준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 사망 현황을 보면 외국인 산재 사고 사망자는 2022년과 2023년 85명으로 동일합니다. 근로자가 산재로 사망할 시 유족 청구로 받을 수 있는 유족급여의 외국인 신청 건수도 지난 4년간 매번 120건을 넘겼습니다. 내국인 사망자가 소폭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반대 흐름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피해 보상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이 받을 수 있는 국가 지원금 수준은 내국인과 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참사로 인한 외국인 사망자 중에선 미등록(불법체류) 외국인은 한 명도 없고, 설령 그렇다 해도 임금 근로자인 점만 증명하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금(산재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성시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을 때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이들이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정부는 다수 외국인이 사망한 10.29 이태원 참사 때도 합법 체류 기간 경과와 관계없이 본국 송환 비용, 장례 구호금 등을 동일하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사망자 유가족 및 중상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경우, 이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내국인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비자 종류 등에 따라 남은 체류 가능 기간이 달라지는데, 그 기간을 넘어서면 국적별 임금 산정 기준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즉, 노동력 상실에 따른 수익 산정 시(일용직 기준) 월 소득은 비자 만료일까지 내국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만 체류 이후 기간은 국적에 따라 본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산정 기준이 됩니다. 아리셀이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로부터 안전 감독·점검을 한 번도 받지 않는 등 안전 조치에 소홀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측에서 어떤 보상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용노동부 내에 외국인 노동자 전담 안전 대책 부서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중대재해법이 제외되는 영세 사업장이 다수이고, 건설업 등 산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 근무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안전 대책 수립 및 피해 보상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고 내국인과의 차등 적용을 없애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유가족이 비자 지원을 받아 입국한다고 해도 한국의 법과 제도를 몰라 노조 등 단체에서 권한을 위임받아 지원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렵다”며 “이번처럼 참사의 규모가 크면 유가족 체류비 등이 지원되지만 일반 산재의 경우 공증 비용 등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머니s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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