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 전선 등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올해 상반기 주가 상승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수출주와 밸류업 관련주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으로 수급이 몰리면서 코스닥보다 코스피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진 점도 상반기 증시의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해 2차전지 투자열풍에 힘입어 코스닥 거래대금이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를 추월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상황이 다시 역전됐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코스피시장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삼화전기로 올해 들어 이날까지 주가가 357.5% 올랐다.
◆ 상반기 코스피 수익률 1위는 삼화전기, AI와 K수출주도 수익률 상위권 차지
삼화전기는 전기를 저장하고 전류를 관리하는 전해콘덴서 전문기업이다. 삼화전기 외에도 HD현대일렉트릭(288.1%), 대원전선(275.97%), LS ELECTRIC(197.8%), 가온전선(158.0%) 등 전력설비 업종이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력 설비주는 올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설립 등으로 전력수요가 크게 늘면서 수혜주로 주목받은 업종이다. AI 투자열풍이 반도체를 넘어 전력, 변압기, 냉방공조 등 주변 업종 전반으로 번지면서 관련주 주가가 크게 올랐다.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시기가 돌아온 점과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도 전력수요를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주도 AI 수혜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HBM은 이름 그대로 대역폭이 넓은 메모리를 뜻하는데 AI 서비스를 원활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전송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반도체 검사장비 관련주 주가가 뛰어올랐다. HBM 납품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테스트 공정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종목들이 강하게 오른 것이다.
디아이(338.9%)가 300% 이상 급등하면서 코스피시장에서 두 번째로 많이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테크윙(416.2%), 와이씨(264.3%) 등 검사장비 관련주가 크게 뛰었다.
시총 규모가 큰 기업 중에서도 HBM 시장에서 독점적 경쟁력을 지닌 SK하이닉스(67.1%)와 HBM 주요공정 장비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181.5%) 주가가 많이 올랐다.
K-수출주들도 주식시장에서 약진했다. 올해 수출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면서 화장품, 식품 등 미국 수출주들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화장품주는 코로나19 시기 이후 중국수출 부진으로 한동안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는데 올해는 미국 수출이 크게 늘면서 수출주로 새롭게 주목받았다.
코스피시장의 토니모리(188.4%), 한국화장품제조(144.4%)와 코스닥시장의 실리콘투(521.9%) 등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내수 방어주’로 꼽히던 식품주도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같은 히트제품의 인기로 수출 성장주로 탈바꿈했다. 삼양식품 주가는 206.5% 뛰면서 코스피시장 수익률 상위 5개 종목 안에 이름을 올렸다.
◆ SK하이닉스 시총 2위 다져, 금융’자동차 등 ‘밸류업’ 관련주 시총 순위 상승
이 같은 흐름은 시가총액 상위종목 순위도 바꿔 놓았다.
상반기 SK하이닉스의 상승률이 단연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LG에너지솔루션을 근소하게 제치고 시총 2위에 올랐는데 올해 상반기 연일 주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격차를 벌리면서 2위 위치를 확고히 다졌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방 전기차시장 부진에 주가 역시 약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시총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20조 이상 줄었다.
상반기 정부의 밸류업 정책 추진으로 ‘만년 저평가주’로 통했던 자동차, 금융업종도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의 시총 순위가 모두 2계단씩 높아졌다. KB금융도 10위권에 새롭게 진입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지난해 주도주였던 2차전지, 엔터업종의 부진과 코스닥 상위종목들의 연이은 코스피시장 이전으로 시가총액 순위가 크게 바뀌었다.
10개 종목 가운데 지난해 말과 비교해 순위를 유지한 종목은 대장주 에코프로비엠 뿐이다. 4개 종목이 새롭게 순위 안에 진입했고 5개 종목은 순위가 오르거나 내렸다.
◆ 대형주 중심 강세, 하반기에도 대형주 장세 이어질 것으로 전망
상반기에는 AI, 밸류업 등 대형주 중심으로 수급이 몰리면서 중소형주 중심 코스닥시장보다 코스피시장의 주목도가 높았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2650선에서 2800선에 바짝 다가간 반면 코스닥지수는 860선에서 840선에서 하락했다. AI 열풍과 밸류업 등 투자자들의 시선이 코스피시장 대형주로 향하면서 중소형주 중심 코스닥시장은 관심에서 소외됐다.
지난해 코스닥 2차전지 열풍에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이 역대 처음으로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을 역전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상황이 다시 바뀐 것이다.
월 기준 코스닥 거래대금은 올해 1월 코스피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2월 역전된 뒤 6월까지 코스피 우위가 이어졌다. 특히 6월에는 코스피 246조1천억 원, 코스닥 166조9천억 원으로 80조 원까지 거래대금 격차가 벌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AI 반도체, 수출주 등 대형주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외국인투자자가 국내증시 주도권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대형주 중심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을 더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원화 강세 가능성과 밸류업 프로그램 같은 정책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외국인투자자 매수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과거 외국인투자자가 늘었을 때 대형주가 중소형주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대형주 강세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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