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마무리했다.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경영 개입을 비롯해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고강도 검사를 진행했으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0일부터 6주 일정으로 시작한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정기 검사를 마쳤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3월 농협은행에서 109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터지자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실시했다. 이후 정기검사로 전환해 검사를 이어갔다.
정기검사 기간 중 농협은행에선 6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 추가로 발견됐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잇단 배임·횡령 사고가 농협금융의 취약한 지배구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지분이 분산돼 경영권을 가진 최대 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이다. 반면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용·경제 사업 부문이 분리되는 ‘신경분리’가 이뤄졌음에도 농협중앙회가 계속해서 농협금융 및 계열사 인사·경영에 개입하고 있다.
농협 조합장이 맡는 비상임이사가 대표적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을 비롯해 전 계열사에 조합장을 비상임이사로 내려보내고 있다. 이들 비상임이사는 이사회 내 임원추천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에 참여하며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비상임이사는 주로 현직 중앙회장 측근 조합장이 맡으며, 농협중앙회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에서 이들 비상임이사 선임 구조와 역할 등을 면밀히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금융 지배구조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른 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독립성을 갖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농협금융 지배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개선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정기검사 결과를 토대로 농협금융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보통 정기검사 이후 검사 결과가 해당 금융사를 통보하는 데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 최근 금감원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검사 결과 발표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농협·우리은행의 배임·횡령 사고 등 은행권 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검사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금감원은 상반기 중 예정됐던 정기검사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발생한 3000억원대 경남은행 횡령 사고와 관련, 그해 7~9월 현장검사를 진행했으나 아직까지 제재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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