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SK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경영전략회의가 28일부터 이틀간 이천에서 열린다.
연례 경영회의지만 대대적인 사업 재조정을 앞둔 데다 일부 계열사에선 경영진 인적쇄신을 진행한터라 올해 긴장감은 남다르다. 회의 방식을 결론이 날 때까지 이어가는 끝장토론 형식으로 바꾸고 기간도 1박2일로 늘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 이천 SKMS연구소에서 그룹 주요 경영진 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주요 의제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사업의 투자 재원 확충을 위한 계열사별 운영 개선 방향,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
회의 현장에는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총출동한다.
앞서 SK 주요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TF팀을 발족해 사업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한 포트폴리오 최적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최 회장이 AI와 반도체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한만큼 중장기 투자 전략과 자금 마련을 위한 방안이 시급한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 사업의 경우 투자 규모와 속도를 조절하는 등 사업 재정비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2~3년 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생태계와 관련된 그룹 보유 사업 분야에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논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룹의 투자가 집중될 곳으로는 SK하이닉스가 꼽힌다. AI 메모리인 HBM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오는 2025년 11월 준공 목표로 청주에 M15X 건설 투자를 발표한 상황이다. 또 같은해 3월 공사에 착수해 오는 2027년5월까지 준공 예정인 용인 클러스터 팹 조성을 비롯해 미국 인디애나 패키징 시설과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합산하면 총 필요 재원은 약 5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I와 반도체 외에 배터리·바이오 등 미래 성장 유망 사업 역시도 투자를 중단할 경우 경쟁력 확보에 뒤쳐지는 만큼 지속 투자 방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수요 정체로 10분기 연속 적자행진인 SK온을 살리기 위한 방안 마련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SK온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추가시설투자 자금으로만 약 7조500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SK그룹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이 거느린 자회사와의 합병이나 지분 매각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등이 대표적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일부 매각 등도 현실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용 분리막 생산기업 SKIET은 시총 4조원 규모로 SK이노베이션이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로만 따지면 약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핵심 계열사의 합병 외에도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 정리도 과제다. 계열사 사업 현황을 살펴 중복 사업과 중복 투자가 진행되는 곳들을 단일화하는 한편 매각 등을 통해 투자 재원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SK 그룹 일부 계열사의 경우 조직개편과 인적쇄신이 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4일 SK하이닉스는 곽노정 대표 직속으로 ‘코퍼레이트센터’를 신설하고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관련 의사결정 지원해온 송현종 SK(주) 담당을 사장으로 승진해 선임했다. 지난 10일 최 회장 동생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반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대표들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OO) 부사장, 박성하 SK스퀘어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가 떠났다. SK그룹 컨트롤타워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역시 임원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SK 관계자는 “이번 경영전략회의는 그룹의 기본적인 경영원칙과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각 사별로 결정될 예정”이라며 “최 회장이 강조해 온 내실 경영을 통한 투자 여력 확대와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과 방법론을 도출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지난 1979년 정립한 SK 고유의 경영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 실천과 강화를 위한 토론 역시 집중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SK그룹은 SKMS 의제를 지속과제로 삼고 오는 8월 이천포럼과 10월 CEO세미나 등에서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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