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오는 28일로 예정된 롯데손해보험 인수 본입찰을 앞두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한 번에 묶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적절한 가격에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면서, 롯데손보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은 지난 26일 오후 자료를 내고 “동양생명·ABL생명의 대주주와 인수에 대해 협의 중이며,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우리금융은 “현재까지 매각 조건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묶어 인수하는 조건으로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는 중국의 공기업인 다자보험그룹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다자보험그룹을 민영화하기 위해 지금껏 투자한 자산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다자보험그룹은 굳이 많은 돈을 받기 위해 버티기보다는 적당한 가격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빨리 매각해야 될 입장이다.
ABL생명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1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다급해진 다자보험그룹이 아직 매각을 공식 발표도 안 한 동양생명까지 묶어 인수하는 방안을 우리금융에 제시했다는 게 IB업계의 추측이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동양생명·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특히 동양생명은 자산 규모가 큰 데다, 오랜 업력을 통해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매년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곳이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우리금융의 브랜드 가치와 결합돼 높은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은 이번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추진 발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롯데손보 인수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진행된 롯데손보 매각 예비입찰에 참전했고, 현재 본입찰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와 우리금융은 인수 가격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매각 가격을 2조원대에서 최대 3조원까지 희망하고 있는 반면, 우리금융은 1조원대의 몸값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정수 우리금융 전략 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롯데손보 인수와 관련해 “시장에서 거론되는 아주 높은 수준의 가격으로 무리하게 인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금융 시장에서는 본입찰을 불과 이틀 앞두고 우리금융이 갑작스럽게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JKL파트너스에 “가격을 높일 의사가 전혀 없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JKL파트너스는 우리금융의 ‘기습 발표’가 나온 후 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기대와 달리 예비입찰 흥행이 부진했던 상황에서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참전한 우리금융마저 발을 뺄 가능성이 생겼다. 만약 우리금융이 동양생명·ABL생명과 롯데손보 인수를 동시에 추진한다고 해도 JKL파트너스가 원하는 가격을 받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추진 소식이 나온 다음 날인 27일 롯데손보 주가는 전날보다 4.6% 하락한 3815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매각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등에도 본입찰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지만, 두 회사 모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이유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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