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도 외국에서 일하거든요. 그래서 꼭 우리 딸 같아서… “
27일 오후 2시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희생자를 기리는 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화성시청 1층 로비에서 만난 윤정태씨(남·59)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울먹였다. 타국에서 비극적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을 생각하다 외국에서 일하는 자신의 딸이 떠올라서다.
그는 사고 소식을 접한 순간부터 가슴이 아파 분향소에 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전했다. 윤씨는 “먼 타국에서 가족들 위해서, 살아 보겠다고 힘들게 일했을 텐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은 어떤 심정일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김희정씨(여·60)도 “뉴스를 보는데 우리 아들이랑 동갑인 피해자가 있더라”라며 “우리 아들 같아서 안타까워서 추모하러 왔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에 폭염 수준의 더위가 이어진 이날 화성시청 분향소에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발길이 드물게 이어졌다. 시민들은 국화를 놓으며 땀과 함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분향소 한 켠에 놓인 방명록에 ‘미안하다’ ‘기억하겠다’ 등 애도의 글을 작성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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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사진도 위패도 없다… “타지에서 고생한 부모 세대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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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사진도 위패도 없었다.
추모 공간이 마련된 지 이틀이 지났지만 단상에는 영정사진과 위패가 없어 텅 빈 상태였다. 사고로 숨진 23명의 희생자 중 대부분이 외국인인 탓에 신원 확인 작업이 늦어져서다. 타국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건 수북이 쌓인 꽃과 덩그러니 놓인 ‘화성시 공장 화재 추모 분향소’ 팻말뿐이었다.
사진 하나 없는 빈 단상 앞에서 시민들은 헌화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분향소 내부와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울음을 삼키기도 했다.
분향소를 찾은 한 60대 남성은 “이번 사고를 보며 먼 타국에서 고생했던 우리 부모님 세대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도 잘 안 통하는 곳에서 얼마나 고생했을까”라며 “그런데 마지막도 고통 속에 갔다니 참담하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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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사람 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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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인재’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시민은 “뉴스를 보니 대피로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라며 “대체 이런 일이 얼마나 더 반복돼야 하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바뀔 거냐”고 답답해했다.
적절한 대피 경로가 확보되지 못한 것이 피해를 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는 “출입구 부근에서 불이 났는데 변을 당하신 분들은 그 반대편 안쪽에서 발견됐다”며 “출입구 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비상구 쪽으로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반대편 쪽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변을 당한 게 아닌가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30분 서울 양천구에서 분향소까지 찾아온 윤현아(여·24)씨도 “일시적인 추모에만 그치지 말고 변화의 계기로 이어지면 좋겠다”며 “제발 더 이상의 참사가 나오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4일 오전 10시31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아리셀공장에서 불이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으로 확인됐다.
분향소는 경기 화성시 남양읍 시청로에 위치한 화성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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