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지난 1분기 실적 급감의 충격에서 벗어나 2분기 실적 회복에 청신호를 켰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견조한 대출자산의 성장, 희망퇴직‧영업점 축소 등 전사적 영업효율화 전략 등이 실적 반등에 긍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1분기 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반영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사라진 점은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이 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 1분기 충당금 이슈를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을 것이란 분석과 함께, 향후 실적 또한 장밋빛 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1분기 충격 딛고 실적 개선 ‘기대’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적 쇼크에 빠졌던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2분기에는 유의미한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야기했던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 이슈가 소멸한 상황에서 오히려 대출 확대와 같은 긍정적 요소가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국내 4대 금융지주가 거둬들인 당기순익 총합계는 4조2291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9051억원) 대비 13.7%(6694억원) 가량 감소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홍콩ELS 사태와 관련한 자율배상 비용이 영업외손실 형태로 반영된 결과였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는 지난 1분기 총 1조3234억원의 충당부채를 실적에 반영했다. 해당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단순 수치상, 지난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3% 이상 성장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던 셈이다.
다만, 시장조사기관 및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에는 4대 금융지주사 모두 유의미한 실적 개선에 성공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1조원이 넘는 일회성 비용이 사라진 데다, 대출 증가에 따른 이자익 개선이 기대되면서 이러한 흐름이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익 컨세서스(추정치)는 4조50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4조2813억원) 대비 5.2%(2228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각 금융지주사별로 살펴보면 지난 1분기 홍콩ELS 자율배상 이슈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았던 KB금융은 다시 ‘리딩금융’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에서 예측한 KB금융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익은 1조448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991억원) 대비 1% 남짓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홍콩ELS 자율배상 충당금이 반영된 지난 1분기 당기순익(1조491억원) 보다는 30%가량 실적 개선에 성공했을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KB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3대 지주사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실적 개선에 성공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우선 지난 1분기 리딩금융을 탈환한 신한금융의 경우, 1등 자리는 KB금융에 내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2분기 당기순익은 1조297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383억원) 보다 4.8%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9187억원에서 9615억원으로 3.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고, 우리금융은 4대 지주사 중 가장 큰 폭(28.9%)의 실적 개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가한 기업대출에 실적도 ‘훈풍 예감’
이처럼 모든 지주사가 전분기 또는 전년 동기 대비 실적 개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 배경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기업대출이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간 은행업계에서는 건전성 관리, 그리고 가계대출 관리 조치의 하나로 기업대출 부문에 영업력을 집중해 왔다. 가계대출 대비 상대적으로 건전성 관리가 용이한 데다, 우량 기업을 차주로 유치할수록 추후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4대 지주사의 핵심 계열사인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경우, 지난 1분기 홍콩ELS 충격에도 불구하고 이자익 부문에서는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 합계는 12조5910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8210억원) 대비 6.5%가량 늘었다. 일회성 비용에 따른 당기순익 감소에도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는 개선된 셈인데, 이를 견인한 것이 바로 견조한 흐름을 보인 기업대출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2분기에도 지속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64조2200여억원으로 전년 말(약 631조원) 대비 33조원 가량 증가했다.
특히 기업대출 중에서도 대기업 대출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앞서 언급했듯 주요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대비 신용도가 우량한 대기업 대출에 집중해 왔는데, 이는 실제 지표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지난 5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32조9530억원으로 전년 말(116.9조원) 대비 16조원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기업대출 증가폭(약 5%) 보다 8%p 이상 큰 13.7%의 증가세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여신영업 또한 대기업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며 “다만,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역시 상환여력이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꾸준히 공급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LS 빼면 10조, 건전성 관리는 ‘숙제’
일단 금융업계에서도 이같은 실적 전망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홍콩ELS 자율배상 이슈가 1분기를 끝으로 소멸된 만큼 전 분기 대비 실적 개선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업계 내부에서도 사실상 2분기가 올해 실적 농사의 시발점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당기순익, 그리고 2분기 추정치를 합산한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실적 합계는 8조7487억원 수준이다. 1분기에 반영된 일회성 비용(1조3234억원) 이슈를 제외하면 단순 계산상 상반기 당기순익은 10조원을 넘어선다.
이처럼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실질적인 4대 금융의 실적은 예상보다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다만, 이같은 실적 개선에도 연체율을 포함한 건전성 관리는 여전한 지주사들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저금리 막차를 타기 위한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대출 잔액도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스트레스DSR 2단계 적용 또한 9월로 늦춰지면서 가계대출의 고삐가 풀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을 미룬 금융당국의 결정이 가뜩이나 불어나는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물론 외부에서 바라보는 실적 전망은 밝지만, 금융업권 내부에선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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