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지현 기자] 한국은행은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인 부진과 건설 원가 상승으로 인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부실 위험이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간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13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46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사(40조7000억원) ▲여전사(25조4000억원) ▲저축은행(9조4000억원) ▲증권사(8조7000억원) ▲상호금융(3조8000억원) 순으로 규모가 컸다.
◇ 부동산 PF대출 규모 줄었지만…질적으론 저하
부동산 PF 관련 금융 익스포저는 PF 대출, PF 유동화증권 보증, 부동산신탁사 익스포저로 세분화된다.
부동산 PF 대출 증가세는 2022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의 부진과 금융기관들의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로 인해 신규 부동산 PF 대출이 자제되면서 지난해부터 둔화했다.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기준 3.55%로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증권사(17.6%) ▲저축은행(11.3%) ▲여전사(5.3%)가 다른 업권들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증권사의 PF 유동화증권 보증 규모는 18조 2000억 원, 부동산신탁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인 신탁계정대는 5조 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PF채무보증 건전성은 요주의여신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크게 상승하며 악화되고 있다.
한은은 부동산 PF 대출의 경우 브릿지론과 본 PF 대출 모두 질적으로 다소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브릿지론은 본 PF대출로 전환되지 못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가 늘면서 대출 기간이 장기화되고 대출금리도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본 PF 대출 역시 입지 조건이 불리한 사업장에서 미분양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 중소형 증권사, PF채무보증 건전성 저하
특히 증권사 PF 채무보증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가 대형사에 비해 건전성 저하 속도가 빠르다고 분석됐다.
대형 증권사보다 리스크가 큰 비릿지론이나 중·후순위 비중이 높으며 PF채무보증 건전성 저하 속도가 빨라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단기금융시장 전반에 유동성 경색이 나타날 경우 증권사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부동산신탁사의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 제기
또한 ‘책임준공형 관리형(책준형)’ 토지신탁을 통해 부동산신탁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1분기 말 기준 책준형 토지신탁의 수탁고는 16조8000억원으로 이는 부동산 신탁사 자기자본(5조6000억원)의 약 3배에 해당한다.
책준형 토지신탁의 경우 PF사업장 시공사가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에 책임준공 의무가 발생한다.
부동산신탁사가 대체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기한 내에 준공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대주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면서 부동산신탁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수 있다.
건설사는 부동산PF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 주체이자 PF대출 과 유동화증권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는 신용공여자로서 부동산PF 관련 리스크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건설사 비중이 전년보다 증가했으며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건설사의 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어 중소형·지방 소재 건설사의 경우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부동산 부실 위험이 증대된 상황이나 충당금 적립 확대와 자본 확충 등으로 금융기관 손실흡수능력이 제고된 점을 고려하면 PF 사업장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또한 한은은 최근 감독 당국이 발표한 부동산PF 연착륙 방안이 PF 관련 시장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일부 비은행업권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만큼 부실자산에 대한 경·공매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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