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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팟의 유혹 ②] 도박 중독 경험자 인터뷰 “국내 도박 문제 쓰나미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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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필 기독교중독연구소장사진유대길 기자
유성필 기독교중독연구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스포츠의 시즌이 돌아왔다. 이달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와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아메리카)가 개막했고, 다음 달에는 2024파리올림픽이 열린다. 많은 스포츠팬들은 축구를 비롯해 각종 스포츠 경기를 보며 올 여름을 지낼 기대로 부풀어 있다. 

스포츠하면 으레 따라다니는 것이 도박이다. 도박에서 승부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을 경우, 물질적 보상과 함께 일정 수준의 쾌감을 느끼게 된다. 도박에 한번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은 이 경험을 잊지 못해 빠져나오기가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유명인들을 비롯, 도박으로 재산과 명예, 건강 등을 모두 잃어버리는 이들을 심심찮게 보곤 한다. 몇 달 전 불법 도박 및 도박 중독으로 화제가 된 오타니 쇼헤이의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역시 그 중 하나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말미암아 전 세계 어디서나 도박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도박에 빠져들기 매우 쉬운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실제로 근래에는 도박 연령이 청소년 및 아동들까지 내려오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도박 중독 문제를 겪은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독 교육 및 상담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유성필 기독교중독연구소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도박의 위험성과 함께 현재 국내 도박 현장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다.

다음은 유 소장과 일문 일답.

문: 겪었던 도박 중독 경험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

답: 2006년도 독일 월드컵 때 우연히 스포츠 토토라는 도박을 알게 돼서 한 7년 동안 정신없이 도박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로 돈을 걸고, 경기도 보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재미도 있었다. 스포츠라 그런지 처음에 도박이라는 인식이 별로 없었다.

조금씩 시작을 했는데 도박 특성 상 내성이 있어서 천원, 2천원 하던 게 만원, 2만원이 되고 또 10만원대로 커지고 (액수가) 계속 올라가면서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가정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인 파탄에 이르렀던 시간을 2006년도부터 한 7년 정도 보냈다.

문: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해서 다 도박에 빠지지는 않는다. 도박에 빠진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답: 자극 추구형 사람들이 도박에 쉽게 빠지는 것 같다. 돈을 버는 경우도 있고 나의 경우, 일단 도박 자체가 재미가 있었다. 삶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했다. 특히 스트레스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짜릿한 승부가 주는 쾌감, 그리고 그걸 맞췄을 때의 그 쾌감은 정말 마약이 주는 쾌감과 같은 자극이 되기 때문에 그것을 못 잊고 그 쾌감을 다시 느끼기 위한 것이 도박을 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또 하나는 자기의 존재감에 대해서 스스로가 만족을 못하기 때문에 이런 외부적 요인, 특별히 도박과 같은 한탕주의로 자기의 존재감을 좀 키워나가려고 하는 그릇된 생각에서 벌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현실적으로는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왜곡된 생각들이 도박을 계속하는 하나의 또 이유이기도 하다.
 

유성필 기독교중독연구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유성필 기독교중독연구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문: 올해 메이저리그 유명 선수 오타니의 전 통역이 도박 중독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많이 이슈가 됐다. 어떻게 봤나? 

답: (오타니와) 밀접하게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하는 가족 같은 사람이 그렇게 도박에 빠졌다는 것은 (오타니) 본인도 그렇지만 많은 팬들한테도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사람의 도박을 가족 같은 오타니가 모르고 있었는데, 도박은 은밀한 중독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다 모른다. 속이기도 하고 거짓말로 무마하기도 한다.

문: 그와 같이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한 사람이 도박 중독에 빠지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답: 중독, 특히 도박의 문제는 돈이 있고 없고 권력이 있고 없고 또 유명인이든 아니든 여부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돈이 있는 사람이라도 삶에 대한 의미를 못찾는 경우에는 도박이라는 짜릿한 승부가 주는 자극적 쾌감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게임과 도박 결과를 맞추며 본인의 존재감과 효능감을 찾는 맛에 유명인들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게 도박의 특성이다. 많은 유명인들이나 어느 정도 좀 알려진 사람들도 도박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그런 함정이 있다.

문: 도박 중독이 국내에서도 많이 퍼져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방송 출연을 비롯해서 교육, 강의 등 현장에서 다양한 중독 예방 및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데 국내 상황은 어떤가?

답변: 지금은 사회적으로 마약이 많이 확산되는 것들을 많이 우려하는데, 거기에 비하면 도박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일단 예전에 비해서 연령층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 내가 경험했던 스포츠 토토 같은 경우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하고 있고, 특히 청소년들 같은 경우에는 중학교부터 시작한다. 지금 상담하러 오는 친구들을 보면 (중학생때부터) 거의 한 10년 정도를 해왔던 친구들이 있다. 중고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이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된 친구들이 온다.

그 이유는 일단 스마트폰이 크다. 옛날에는 카지노를 가든 친구들끼리 포카나 화투를 치든 직접 현장에 가야 도박을 할 수가 있는데 지금은 학교, 집이나 일할 때도 스마트폰으로 바로 접속을 해서 실시간으로 도박을 할 수 있어 접근성이 빠르다.

그리고 불법 스포츠 토토를 운영하는 불법 사이트 운영 조직들이 지역마다 학교마다 점 조직으로 활성화됐다. 얼마 전에 기사를 보니 중학교 청소년들이 친구를 불법 도박 사이트에 한 명 소개를 하면 200만원의 수수료를 준다고 하더라. 200만원을 수수료로 줘도 거의 다 도박을 또 다시 하기 때문에 그 돈이 다시 자기들한테 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그렇게 (도박에) 빠지는 친구들이 예전에는 학교 내 한 3분의 1 정도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공부를 못하거나 잘하거나 상관없이 한 2분의 1 반 정도는 도박에 접근을 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더 우려가 되는 게 군대에서도 이 스마트폰 때문에 도박을 멈추지 않고 계속 그 안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실정이다.

특히 도박은 도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2차 범죄까지 이렇게 연결이 된다. 첫 번째는 돈이 없으면 불법 대출을 하고 그 다음에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사기 매매를 하고, 절도까지 한다. 그런 부분들이 가정적으로도 엄청 피해를 많이 일으키는 문제이다. 점차 연령층도 어려지고 금액도 더 커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정말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

문: 도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나?

답: 도박을 하면서 정말 이걸 끊지 못할 것 같은 절망감에 빠진 적이 있었다. 우연히 어떤 목사님을 통해서 마약 중독자들의 모임을 알게 됐다. 나가봤더니 나는 마약중독자 XXX입니다 이렇게 고백을 하더라. (그 모임을) NA(익명의 마약중독자들)라고 부른다. 그 다음 주에 다른 모임을 알게 됐다. GA(익명의 도박중독자들)라고 한다. 거기서도 다들 도박 중독자임을 시인했다. 그때 이 고백을 하면서 내가 정말 중독자였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2013년 1월 5일로 기억을 하는데, 중독을 끊기 위해서 중독 예방과 회복을 위한 남산 걷기를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남산을 걷기 시작했다. 그 때 도박 중독자들도 오고 마약 중독자들도 왔다. 그 다음에 알코올 중독자들 가족들과 매주 토요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혼자서도 걷고, 6년 이상 도박을 끊으려고 그렇게 매주 규칙적으로 그 시간에 남산을 걸었던 게 제가 도박을 끊을 수 있는 시초가 됐다. 이후 회복 모임에 계속 다니면서 도박을 끊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유성필 기독교중독연구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유성필 기독교중독연구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문: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답: 도박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경우, 전화가 오는 사람들을 보면 95%가 (도박 중독자) 가족들이다. 도박하는 당사자는 그런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런데 가족들 입장에서는 도박하는 당사자만 안 하면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도박자는 아직 회복할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일단은 돈줄을 끊어야 한다. 돈줄을 끊어야 되는데 가족은 또 자식이든 남편이든 돈 문제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해결을 해주고, 갚아주고 하면서 도박 밑천을 대주게 되고 이런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래서 도박에서 먼저 회복되려면 당사자가 오면 좋은데, (그게 안되면) 가족이 먼저 도박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가족이 도박 중독이 무엇인지를 알면서, 가족이 먼저 회복에 대한 발걸음을 시작하는 것들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문: 도박 문제가 심해지고 있는데 국가적으로 어떤 게 필요하다고 보나?

답: 지금 불법 도박을 통해 운영업자들이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돈을 수익으로 가져가고 있다. 그만큼 가정에서는 많은 경제적인 피해들이 있고,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파탄이 일어날 정도로 심각한 파괴적인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현재 한국도박문제관리예방치유원이라는 곳이 있지만 이런 부분을 확대해서 각 학교마다 도박 뿐만 아니라 (전체)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관리와 상담을 할 수 있는 파트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학생, 청소년들이 얼마나 도박에 많이 노출돼 있는지 실태를 알고, 그 부분에 대해 부모들도 정기적으로 교육을 본격적으로 해야 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사회적으로도 날로 심각해지는 도박 문제에 대해 많은 캠페인과 홍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질문: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답: 도박으로 인해 제2의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도박을 안 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큰 행복을 누리고 있고, 또 나와 같이 도박 중독에 빠져서 끝이 안보이고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런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부분들이 기쁨이다. 

지금은 한국에서 최초로 전문적인 도박 중독 회복 공동체를 준비하고 있고, 주거 입소 시설을 가진 갖춘 공동체를 열 계획이다.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는 공동체는 있는데 도박 중독자를 돕는 주거 공동체는 없다.

그 공동체를 통해 회복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돕도록 하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질문: 도박을 뭐라고 생각하나?

답: 미래를 예측하려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는 무모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도박을 해서 딴 사람이 없다. 도박은 자기를 잃어버리고 물질이나 모든 걸 다 잃어버리는 그런 게임이다. 그 원인은 먼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것 때문인 것 같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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