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정부가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한 외교전으로 ‘김정은 선물정치’ 차단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북한에 대해 높아진 유럽의 경계심을 대북제재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러 군사협력의 일환으로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한이 우크라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럽 국가들의 1호 경계 대상이 되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전했다. 북한의 우크라전 파병 및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 확대 기조로 안보 위협 요인이 늘어난 유럽 국가들이 더 적극적인 대북 압박에 나설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토 정상회의는 내달 9~11일에 열린다. 나토는 이번 회의에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AP4) 정상을 공식 초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스페인,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에 모두 참석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아울러 나토는 당시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5년 만에 북한의 핵·미사일을 규탄한 바 있다. 나토 정상회의라는 외교 무대에서 대북 압박 강화라는 컨센서스를 위한 여건은 잘 갖춰진 셈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간부들에게 고가의 해외 사치품을 선물하며 통치력을 높여왔다. 최근 국방부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당, 내각, 군 등 북한 내 특권층 약 6만 5000명을 위한 통치자금이 연간 2조 5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김 총비서 외에 김덕훈 내각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간부들이 최근 ‘하사받은’ 벤츠 등 수입 고급 차량을 탄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이것이 선물정치의 일면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 제1718호에서 ‘사치품을 북한으로 직·간접 공급·판매·이전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의 비호와 동남아시아 일대에서의 이중 무역, 불법 무역 등 ‘음성적 경로’ 북한에 들어가는 사치품은 완전히 통제되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은 유럽 유학 경험이 있는 김 총비서의 경험에 따라 유럽산 사치품을 유독 선호하는 듯한 경향이 짙다.
김 총비서가 소유한 영국 프린세스사가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요트 1대는 거래가가 약 93억 원이며, 그의 딸 주애는 프랑스의 명품 ‘크리스찬 디올’의 옷을 입고 공개석상에 나선 적이 있다. 김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상도 각각 공개석상에서 ‘디올백’과 ‘구찌백’ 등 유럽산 명품을 들고 나온 적이 있다.
이는 북한 정권의 ‘취향’을 드러냄을 물론 북한이 대북제재 회피를 위한 갖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국제사회를 상대로 ‘제재 무용론’을 과시하기 위한 선전전의 의도도 있다.
이는 역으로 김 총비서의 선물정치 루트를 차단할 경우, 내부 통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북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간부들의 대북제재 체감 효과를 높인다는 점에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북한에 대한 사치품 유입을 막기 위한 회원국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무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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