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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객 잡아라” 은행권 환전 경쟁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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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외화 수요 확대

비이자수익 악화 우려도

인천국제공항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뉴시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은행들의 환전 경쟁도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강달러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해외여행은 물론 송금과 환전, 투자 등 일상생활에서의 외화 수요도 커지고 있어서다.

다만 일각에선 환전 서비스를 둘러싼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은행의 비이자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25일 수수료 없이 달러를 충전하고 다시 원화로 꺼내갈 수 있는 모바일 지갑 서비스 ‘달러박스’를 출시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이 모두 여행객을 겨냥한 ‘트래블 카드’를 내놓는 등 환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의 맏형인 카카오뱅크가 뒤늦게 경쟁 구도에 뛰어든 모습이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해외여행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달러 수요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달러박스의 환전 수수료 면제는 출시 이후 1년 간 일단 지원되며, 최대 충전 한도는 1만 달러다. 달러박스로 충전한 달러는 제휴 업체인 트래블월렛 카드로 해외에서 수수료 없이 결제·출금할 수 있다.

기존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 이후 시중은행의 여행 특화 카드들이 일제히 내세우는 환전·출금 수수료 면제 기능이 그대로 담긴 셈이다.

은행권에선 올해 들어 무료 환전과 해외 결제 수수료 면제를 강조한 해외여행 특화 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외환 서비스에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의 시발점은 토스뱅크다. 토스뱅크는 살 때도 팔 때도 평생 무료 환전이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올해 초 외화통장을 출시했는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달러에 집중한 반면 토스뱅크의 경우 17개 통화를 평생토록 무료로 환전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출시 3주 만에 신규 계좌 60만좌를 돌파했고, 5월 들어 출시 105일 만에 100만좌를 넘겼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1월 출시 이후부터 4월 30일까지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토스뱅크에서 이뤄진 누적 환전 거래량은 총 5조8000억원에 달한다. 고객 1인당 평균 8만원 환전 수수료 부담을 줄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중은행들도 환전 수수료 무료 서비스 경쟁에 적극 나서는 등 서비스 고도화에 한창이다.

토스뱅크에 앞서 무료 환전 서비스의 포문을 연 곳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2022년 트래블카드를 선보였으며 이달 초 이달 초 가입자 수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트래블카드는 무료로 환전하고 수수료 없이 해외 현지 ATM에서 출금할 수 있다. 하나은행 전 영업점에서 신청하면 즉시 발급 받을 수 있으며, 8월까지 환전 가능 통화를 58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쏠 트래블 체크카드를 내놓으며 신규 고객 유치에 한창이다. 이 카드는 전월 실적을 충족하면 연 2회 전 세계 공항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전용 외화통장에 보유한 미 달러, 유로 잔액에는 연 2.0%, 1.5%의 금리를 제공한다. 일본 3대 편의점과 미국 스타벅스, 베트남 그랩 이용 건에 대해 5%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우리금융은 이달 초 위비트래블 체크카드와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을 출시했다. 미 달러와 유로에 이자를 지급하고, 해외결제·ATM 출금 수수료 면제, 공항 라운지 연 2회 무료 이용 등의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KB금융의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올해 말까지 재환전 시에도 환율 100%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케이뱅크도 지난달 해외 송금 서비스 머니그램에서 중국·필리핀·몽골을 추가하는 등 이용국가를 늘렸다.

서울시내 지하상가에 설치된 시중은행 환전 광고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다만 일각에선 이자장사 비판을 받고 있는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각종 수수료 무료 정책 등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장기적으로 비이자수익도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료 환전과 인출 서비스 등으로 수수료 이익이 줄면서 비이자수익 부문이 악화되는 등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대 금융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확대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2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4대 은행의 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5%로, 전년 대비 2.0%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은행의 영업이익의 92.5%가 이자이익이라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폭 넓은 혜택을 담은 외화 서비스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고객의 편의성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송금 수수료까지 경쟁이 확산되면 외화수수료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비이자이익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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