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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보험료…결국 가입자 ‘쥐어짜기’ [멍든 실손개혁下]

이투데이 조회수  

보험료가 줄줄이 새고 있다. 중심에는 국민 5명 중 4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있다. 비급여 치료를 보장해주며 공보험을 보완하는 사적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줄 알았던 실손보험은 적자 규모만 2조 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골칫덩어리’가 됐다. 갈수록 진화하는 보험사기와 과잉진료로 보험료는 올라가고 보장범위는 줄어들어 보험사와 선량한 고객들의 부담만 높아지는 형국이다. 정부가 몇 차례 걸쳐 수술을 했지만 약발이 먹히질 않고 있다. 소비자와 보험권, 의료계가 긴밀히 엮여 엉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실손보험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또다시 불거진 가운데 보험료 누수 실태와 원인,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본다.

과잉진료ㆍ보험사기 등 수법 진화
비급여 비율 커진만큼 피해규모↑
적자 허덕…보험료 인상 불가피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면서 실손보험료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과잉 진료, 보험 사기 등 고질적인 문제는 줄어들기는 커녕 수법이 진화하며 매년 피해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보험사 적자 구조가 만성화되고 이는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가입자들이 떠안고 있다.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한 실손보험이 오히려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26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손해보험회사에서 지급한 보험금 11조9000억 원 중 10대 비급여 항목(3조7000억 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31% 수준에 달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이 지급된 비급여 실손보험금은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 등 물리치료로 56.87%의 비중을 보였다. 이어 비급여 주사료(16.92%), 척추 관련 수술(7.56%) 순으로 집계됐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무릎 줄기세포 주사 등 새로운 비급여 항목도 월 평균 113.7% 증가하며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줄줄 새는 보험금으로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늘어나자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1조9738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5301억 원) 대비 30% 증가했다.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에 따른 적자가 이어질 경우 보험료는 향후 5년간 두 배 이상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자기부담금이 적고, 본인 보험료에 직접적인 영향 주지 않다 보니 가입자들이 비급여 항목에 대해 이용 횟수와 보장 한도 상관없이 의료 쇼핑을 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2022년 기준 실손보험 미청구 보험 금액은 3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70%가량은 1년 간 한 차례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수의 가입자가 보험금을 독식하고 있는 구조인 셈이다.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비 문제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백내장 수술 다초점렌즈의 경우 보험 청구금액이 최소 30만 원에서 최대 900만 원까지 무려 30배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급여에 대해 통제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 의료비의 과잉 팽창을 유발했다.

이에 따라 금융분쟁도 급증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신의료기술로 승인된 무릎 줄기세포 주사와 전립선 결찰술의 보험금 청구와 분쟁이 크게 늘어나자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심사 강화로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보험금 미지급 사례가 늘며 보험사와 금융소비자 간 갈등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비급여 관리 방안으로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를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비급여 관리체계 구축을 주장한다. 과잉 등급이 빈번한 비급여 항목에 대해 권장 가격을 제시하고 상한제를 적용하는 등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한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해 실손보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다른 비급여 항목의 대체 청구가 발생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도 미칠 수 있다”며 “과거 백내장 수술의 비급여 검사비를 급여화한 결과 실손보험금 청구에서 다초점렌즈 가격이 일시에 급등하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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