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국회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실무안에 재생에너지 비중은 유지하고 신규 원전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야권에선 “윤석열 정부가 전 세계적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국회, ‘11차 전기본’ 논의…“정부 원전에만 매달려”
“재생에너지 전환은 보이지 않고 원전에만 매달리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국회 공청회’에서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보면 미래 전력 공급 방안에 대한 많은 우려가 생긴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RE100 등 수출기업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공급이 과연 충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1일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실무안에는 재생에너지 보급 비중은 앞서 수립한 제10차 전기본의 21.6%를 유지하고, 신규 원전 3기·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제10차 전기본 확정 당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기존 30.2%에서 21.6%로 대폭 줄였는데, 이번에도 해당 비율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친(親)원전’ 정책이 그대로 반영됐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의원은 “신규 원전 건설에 따른 주민 수용성이나 장기건설 기간에 대한 한계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차치하더라도, 실제 요구가 폭증하고 있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는 보이지 않고 원전에만 매달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현실적으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선 원전 활용이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동욱 제11차 전기본 총괄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진영논리가 너무 심각해서, 원전은 원전대로 재생에너지는 재생에너지대로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을 각오는 했었다”고 입을 뗐다.
그는 “그런데 원전을 넣을지(적극 활용할까) 말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원전산업 인프라와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봤을 때 “선택권이 있는 유일한 나라임을 다행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전력계획까지 손대려는 野
야당은 제11차 전기본에 대한 공세 수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앞서 전기본 실무안 공개 당일 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은 완전 재검토를 요구했다.
기후행동의원모임은 논평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걷고 있는 탄소중립의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라며 “윤 정부만이 이 길에서 역행하고 있다. 이는 결국 계속 성장하고 있는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에서의 우리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이라고 규탄했다.
전기사업법 개정도 꺼내들었다. 21일 김성환·박지혜·김영환 의원 등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기본 국회 동의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기본을 수립하거나 변경할 때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겠단 게 핵심이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본 수립·변경 시에 국회에 ‘보고’만 하면 된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21일 발의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을 추진했는데, 또다시 개정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국회가 입법권을 남용해 행정부의 재량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려 한다는 지적은 일찍부터 나왔다. 재작년 말 이상헌 수석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에서 “전기본은 정부 정책을 반영하는 행정계획”임을 강조하면서 “(행정계획 중) 수립 단계에서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유사 입법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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