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다음달 시행되지만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분석이다. 규제 사각지대로 불리던 가상자산 시장의 첫 번째 입권법이라는 의의를 넘어 가상자산 업계를 근본적으로 성숙시킬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은 가상자산법이 오는 7월19일 시행될 예정이다. 루나와 테라 대폭락 사태 이후 보호받지 못하던 이용자들의 법적 기반을 마련해주자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1년 이상의 줄기찬 요구 끝에 성취한 결과다.
정부는 법안 시행을 앞두고 사전 정지작업에 분주하다. 지난 25일 가상자산법 관련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시행령과 별개로 가상자산업 감독규정 및 가상자산 시장 조사업무규정은 다음달 10일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고시된다. 가상자산 시장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디지털금융정책관’ 역시 최근 정규 조직으로 올라섰다.
이번 가상자산법이 시작되면 이용자들은 가상거래소로부터 예치금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해당 예치금은 은행이 보관하는데 이 역시 국채·지방채 등 안전한 자산에만 투자·운용할 수 있다. 이용자의 예치금은 공신력 있는 은행에 보관하고 안전자산에 운용해야 한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파산에 대비한 조항도 마련됐다. 파산 혹은 사업자 신고가 말소된 경우 은행이 지급 시기·장소 등을 일간신문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예치금을 이용자에게 직접 지급한다.
━
거래소 파산해도 투자자 가상자산 보호 어려워… 2단계 입법 절실
━
이용자 보호 측면에선 의미가 있다는 평가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실정이다. 우선 투자자의 가상자산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이용자들은 예치금으로 가상자산을 거래소에서 취득하면 해당 코인은 거래소 지갑에 보관된다.
하지만 거래소가 파산하더라도 코인을 거래하고 남은 예치금만 보장될 뿐 가상자산은 사라진다. 자신의 개인지갑에 코인을 넣어놓는 방법이 있지만 대부분 이용자들은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수탁하고 있다. 아울러 거래소 파산시 제3자의 압류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예치금과 같이 투자자에게 우선 돌려줘야 한다는 조항도 부재하다. 만약 거래소의 운영이 종료되면 투자자들의 가상자산이 채권자 몫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2대 국회 정무위원회의 시급한 과제는 진정한 의미의 업권법인 2단계 입법을 완료하는 데 있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645만명이다. 하루 평균 거래액이 3조6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서둘러 제도 정비를 마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의 발행과 유통 분리, 스테이블코인의 규율 체계 등도 세워야 시장 진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줄곧 나오고 있는 법인 계좌 허용 문제도 논의가 요구된다.
21대 국회에서 가상자산 입법 움직임을 주도했던 의원들이 대거 낙선해 정치권의 추진력이 확보될지 의문이다. 가상자산 업권법 등을 주도한 윤창현·김희곤 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모두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2단계 입법을 위해선 하루빨리 논의가 시작돼야 하지만 여야 대치 국면에서 상황이 여의치 않은 형국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다른 현안들이 우선시되고 있어 가상자산 관련 문제는 후순위인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