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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6일!] 총성 4발과 쓰러진 백범…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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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이 안두희가 쏜 총에 맞고 쓰러진 당시 모습. /사진=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1949년 6월26일 서울 서대문구 경교장(현 서울 종로구)에서 총성 네 발이 울렸다. 그리고 ‘민족의 영웅’ 백범 김구 선생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백범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온국민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열흘간 백범의 장례식을 찾은 국민은 약 120만명으로 추산된다. 같은 해 7월5일 서울에서 치러진 장례식에는 약 40만∼50만명의 인파가 몰려들었고 전국 곳곳에서 고인을 애도하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6월26일, 평소와 다름 없던 그날

백범 김구 선생이 지난 1948년 4월22일 남북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암살 직전 김구 선생은 자택인 서울 경교장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서재에서 붓글씨를 쓰고 있었다. 이때까진 평소와 다름 없는 일상이었다.

그때 당시 육군 포병사령부 장교이자 김구 선생이 이끌던 한국독립당 당원이었던 안두희가 백범을 찾아왔다.

안두희는 비서진에게 “백범 선생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밝혔고 비서진들의 안내에 따라 김구 선생이 있는 서재로 이동했다. 비서진들은 안두희의 허리춤에서 권총을 보고도 군인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지없이 그대로 들여보냈다.

안두희는 “선생님 먹을 갈아 드릴까요?”라고 말하며 김구에게 다가갔고 약 1m 거리에서 김구를 향해 4발의 총탄을 발포했다. 총소리를 들은 비서진이 급히 달려갔지만 김구 선생은 이미 피를 흘린 채 쓰러진 후였다.

안두희는 왜 백범을 쐈나

대한민국임시정부 경무국장 시절의 백범 김구 선생의 모습. /사진=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안두희는 초기 진술에서 “백범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군대를 이용하려 했다는 첩보를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또 “백범이 사회 분열을 조장해 암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재판 당시 안두희가 살해 경위에 대해 밝힌 내용이다.

“나는 선생에게 ‘정당이나 언론계에서는 모두 선생을 공산당과 악수한다고 한다. 오늘은 꼭 선생님의 본심을 확실히 알고야 돌아가겠습니다’ 하고 말했더니 선생은 대노하시며 ‘이 놈이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크게 떠들었다. 나는 다시 말을 계속했다. ‘선생님은 선생님이 30여년간 투쟁한 탑을 지금 선생님 손으로 무너뜨리지 마십시오. 지금 이때가 바로 선생님이 개심할 때입니다. 지금도 늦지 않으니 본심으로 돌아가서 회개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선생은 크게 노하시며 ‘에이 고약한 놈, 나에게 반동하는 놈은 국가와 민족의 반역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순간, 틀림없이 선생을 국가의 반동이라고 생각했다. 국가를 위하여 선생을 죽이는 것이 좋겠다고 나는 단정했다.”

암살의 숨겨진 배후?… 여전한 의혹들

지난 1921년 촬영된 백범 김구 선생의 가족사진. /사진=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안두희는 줄곧 자신의 단독 범행을 주장했으나 말년에 이를 부인하고 배후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구 암살 배후는 미궁이다. 안두희가 한국전쟁 이후 사면을 받고 군납업체를 운영했기 때문에 권력층의 보호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만 할 뿐 그 배후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밝혀진 바가 없다.

사건 당시 정부와 군 당국은 이 사건을 한국독립당 내부의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발표했다. 사건 직후 국방부는 안두희가 김구 선생과 한국독립당의 노선을 둘러싸고 언쟁을 벌이다가 김구 선생을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안두희를 김구 선생에게 소개시키고 한국독립당에 가입시킨 혐의로 당시 한국독립당 조직부장이자 광복군 지휘관이었던 김학규씨를 구속했다.

같은해 7월2일 이승만 대통령도 이 사건이 한국독립당의 내분으로 일어난 것이라는 내용의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7월20일 군 당국은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사건을 대한민국 정부를 전복하려 한 친공산주의적인 한국독립당의 음모에 맞선 안두희의 ‘의거’라고 규정했다.

당시 안두희는 재판 중 2계급 특진을 했으며 사건 1년여만에 형 면제 처분을 받고 군에 복귀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특혜를 받았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김구 암살사건이 재조명되던 지난 1992년 드디어 안두희의 육성 증언이 나왔다. 이에 국회는 지난 1993년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약 2년간의 조사 후 위원회는 ‘백범김구선생 암살진상국회조사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보고서는 지난 1995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김구 암살사건은 당시 정부 발표와 달리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직적으로 역할이 분담된 정권 차원의 범죄 행위였음이 밝혀졌다.

먼저 안두희의 1차적 배후는 ‘군부’였다. 즉 포병사령관으로 안두희의 직속상관이자 같은 서북청년단 출신인 장은산이 암살을 명령했고 사건 발생 이후 김창룡 특무대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며 채병덕 총참모장, 전봉덕 헌병 부사령관 등이 사후처리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안두희가 가담했던 ‘서북청년단’ 세력들도 이 사건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작성됐다.

보고서는 안두희의 행적과 군부의 보호 조치가 이승만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했고 또 그가 이 사건에 대해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이 사건에 사전 개입하거나 암살을 지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국민장으로 치러진 백범 장례식… 온국민이 울었다

지난 1949년 7월5일 백범 김구 선생의 국민장 행렬 당시 모습. /사진=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김구 선생의 장례는 국장으로 결정됐으나 한독당 측이 민족장을 고집했다. 정부 측이 보낸 사절단과 한독당 인사 간에 마찰이 빚어졌고 끝내 김규식 선생의 중재로 국가와 민족을 합한 국민장이 결정됐다. 국민장은 열흘간 치러졌다.

김구 선생의 국민장은 1948년 8월 정부수립 이후 대한민국 최초의 국민장이었다. 조가는 시인 이은상이 지었고 행진곡은 쇼팽의 장송행진곡이 다단조로 연주됐다. 김구 선생은 같은해 7월5일 국민장으로 효창공원에 안장됐다.

당시 온국민의 존경을 받던 백범 김구 선생의 죽음은 아직까지도 국가적 비극으로 남아 있다.

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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