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부장 김시철)가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내리면서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여’를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통령의 기업 지원 활동은 국가 경제를 위한 것인데, 딸의 재산이 늘어나는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SK그룹의 성장 배경에 노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 지원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대통령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책, 외교 활동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기업을 지원한다.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의 구호를 외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자국 기업을 보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첨단기술의 주권을 되찾는다는 취지로 미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에 61억4000만달러(약 8조5125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도 기업 활동을 지원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나 방위산업 분야는 개별 기업이 움직여 수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이유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루마니아를 방문해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수주를 지원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141차례의 정상외교를 통해 인프라·방산·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노태우 정부 때는 거의 모든 자원이 부족해 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는 것조차 특혜였다. 노 전 대통령은 제한된 자원을 대기업에 몰아줬다.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1987~1992년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은 그룹은 대우그룹으로 매출이 7조원대에서 31조2000억원으로 4.3배 성장했다. 대우에 이어 기아(3.9배), 롯데(2.7배), 현대(2.5배)가 뒤를 이었고 SK는 1.8배 성장해 9위였다.
노 전 대통령은 대기업을 지원하고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자서전을 통해 밝혔다. 정치자금을 받은 것은 문제지만, 당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을 지원해야만 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크게 민간과 정부 지출(소비 및 투자)로 나뉘는데, 통상 민간 기여도가 정부 기여도를 웃돈다.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1.3%였는데, 민간 기여도가 1.2%포인트(P)였다. 민간 부문이 올해 1분기 GDP 성장을 대부분 이끌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987년 이후 연간 GDP 성장에서 정부 기여도가 민간 기여도보다 높았던 때는 4차례뿐이었다. 2000년대 이전에는 1998년(민간 -5.1%P·정부 0%P) 한 번이고, 이후로는 지난해까지 2009년(민간 -1.3%P·정부 2.2%P), 2019년(민간 0.8%P·정부 1.5%P), 2020년(민간 -1.8%P·정부 1%P)이 전부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은 어느 한쪽이 특혜를 주는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라며 “기업은 정부의 보호가 필요하고 정부는 기업의 역동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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