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상각비 1조5000억 늘렸지만
누적 연체 2조 돌파 ‘밑 빠진 독’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사실상 떼인 카드 값으로 보고 손실로 떠안은 비용이 한 해 동안에만 1조5000억원 이상 불어나면서 연간 4조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연체가 2조원을 돌파하면서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어야 하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 충격파에 카드 값조차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서민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에서 발생한 대손상각비는 총 4조3682억원으로 전년 대비 53.6%(1조5250억원) 늘었다.
대손상각비는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손실 처리한 비용이다. 대손상각비가 확대됐다는 것은 금융사가 채권 회수를 포기해야 할 만큼 경제적 사정이 나빠진 고객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뜻이다.
카드사별로 보면 삼성카드의 대손상각비가 985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6.2%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카드 역시 8167억원으로, KB국민카드는 7004억원으로 각각 61.6%와 71.9%씩 늘며 해당 금액이 큰 편이었다.
나머지 카드사들의 대손상각비는 ▲롯데카드 6454억원 ▲우리카드 4422억원 ▲현대카드 4241억원 ▲하나카드 3455억원 ▲BC카드 85억원 순이었다.
이처럼 부실 정리를 위한 카드업계의 출혈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화하고 있는 고금리 기조와 그에 따른 경기 불황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카드 값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이런 흐름이 카드사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 중이다.
문제는 카드 연체가 계속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카드사들의 부실 정리 압박도 계속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사 대상 카드사들이 떠안고 있는 연체는 지난해 말 기준 2조924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1% 늘었다.
이같은 카드 연체량은 2005년 1분기 말(2조2460억원) 이후 최대치다. 당시는 카드업계에 변곡점과 같은 시점이었다. 신용카드 규제 완화를 계기로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낳았던 이른바 카드 대란을 관통한 시기다.
카드 연체가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서민 경제가 어렵다는 의미다. 카드 값 연체 시 사실상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힘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계에 내몰린 서민들이 그 정도로 늘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도 카드 연체가 눈에 띄게 확대됐지만, 그나마 적극적인 상각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카드사들로서도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