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임을 위해 사퇴하면서 앞으로 민주당 장악력이 한층 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당대표 연임을 하고 최고위원들도 친명계 의원들로 메워지면 기존 지지층을 공고히 할 수 있겠지만 중도층으로 외연확장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직을 연임해 당 장악력을 키우는 것이 향후 대권으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될지 여부를 놓고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에서 이 전 대표의 장악력이 더 세지게 되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비롯한 사법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당의 강력한 엄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처럼 내부 이탈표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상황을 또다시 맞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회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데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재선의 김병주 의원과 강선우 의원이 최고위원에 도전하면서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 뒤 앞길을 탄탄히 받쳐주고 있다.
강선우 의원은 최고위원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깨어있는 당원의 조직된 힘’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이재명을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고,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병주 의원도 출마의 변에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2026년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창출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 선봉에 서겠다”며 “최고위원이 되어 이재명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 말고도 4선의 중진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3선의 전현희 의원, 재선 민형배 의원 등이 또다른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데 모두 친명계로 분류된다.
이미 당의 요직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도 박찬대 의원과 진성준 의원으로 채워져 이재명 전 대표가 연임할 경우 이전 임기보다 민주당 장악력은 더욱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임기에는 최고위원 자리에 친명계만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다음 전당대회에서는 친명계로 모두 채워질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4’10 총선 과정에서 친명계와 갈등으로 당무를 거부했던 고민정 의원 같은 인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친명 일색으로 구성되면 이 대표가 중도층으로 지지세를 넓히는 데 불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재명 전 대표는 전국적 지지세를 가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지만 비호감을 표시하는 유권자층도 두텁다. 이런 상황에서 당의 지도부가 친명계로 채워지게 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재명 전 대표가 대권으로 가는 길에 좋지 않을 영향을 줄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6월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력 대선 후보 6명의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전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36%),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35%)에 이어 33%를 기록했다.
반면 이재명 전 대표는 비호감도 조사에서 58%를 받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동률을 이뤘다. 조국 대표는 54%, 오세훈 시장은 50%를 각각 기록했다.
이 조사는 통신3사가 제공한 무선 가상번호를 토대로 전화면접(CATI) 100%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2023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기준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치(셀가중)가 적용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뿐 아니라 친명계를 중심으로 추진된 당헌당규 개정에 당 내부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5선 중진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YTN라디오 ‘배승희의 뉴스파이팅입니다’에 출연해 ‘대선 출마 1년 전 당 대표 사퇴에 예외를 둘 수 있다’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추진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 개인만을 위한 사적인 당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인영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나선다면 ‘위인설규(특정인을 위해 법을 만듦)’라는 비판의 소지가 높아질 것이다”며 “저라면 당헌당규를 건드리는 이런 과정보다는 민주당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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