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올해 가계대출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0.3%포인트(p)’를 사수하기 위한 대출 관리에 돌입한다. 주요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2.2%를 기록, 정부와 금융당국이 권고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2.5%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출 수요 감소 효과를 기대했던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의 시행 시점 또한 오는 9월로 연기되는 등 사실상 금융당국마저 대출 관리에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은행업계에서는 하반기 대출 수요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때 현재 예정된 대출 억제 조치 또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 향후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
불어난 가계대출에 비상걸린 ‘은행권’
2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3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달 말(703조2308억원) 대비 4조4054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가계대출 증가세는 최근 몇 개월 새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시장 금리의 완연한 하락세가 시작된 지난 2분기(4월)를 기점으로 가계대출은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증가 폭 또한 지난 4월 4조4000억원에서 5월에는 5조2000억원으로 8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이번달 또한 아직 5일(영업일 기준)가량 남은 상황에서 대출 증가폭은 4월 증가분 수준까지 근접했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때 지난달 증가폭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급격히 불어난 것은 연 2%대(하단 기준)까지 내려간 대출 금리 때문이다.
지난 21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74~6.43% 수준에 형성돼 있다. 이는 한 달 전인 지난 5월 중순(20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인 연 3.81~6.19% 대비 하단은 0.07%p 소폭 하락한 반면 상단은 오히려 0.3%p 가량 올랐다.
이는 변동금리가 추종하는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의 영향으로 해석되는데, 지난 5월 말 기준 코픽스는 3.56%로 전월(3.54%) 대비 0.02%p 올랐다. 코픽스가 상승세로 전환된 건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반면, 고정금리는 완연한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2.94~5.58%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연 3.25~5.59%)보다 한 달 사이 상단은 0.01%p, 하단은 0.3%p 가량 낮아진 수치다.
통상 고정금리는 은행채(5년물‧AAA) 금리를 추종한다. 은행채 금리의 흐름에 따라 고정금리 또한 흐름이 바뀌는데, 최근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면서 고정금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은행채 금리는 3.454%로 한 달 전인 지난 5월 21일(3.772%) 대비 0.32%p 가량 낮아졌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의 경우 고정형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 폭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흐름”이라며 “특히 저금리 막차를 타기 위한 대출 수요가 이달 말까지 몰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영업점 중심으로 대출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세, ‘당분간 지속?’
은행권에서 이처럼 가계대출 관리에 집중하는 이유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현상’이 고착화된다는 점도 은행권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업권에 전략적으로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공급을 확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통상 금리 변동성을 선반영하는 고정금리의 특성상, 변동금리보다 금리 수준이 다소 높게 책정된다. 이처럼 변동금리 대비 높은 수준에 형성된 고정금리 보급이 확산할 경우, 자연스레 대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계산이었다.
다만, 최근 지표금리 흐름의 변화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 모두 다소 난감한 표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고정금리 수준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워낙 지표금리인 은행채의 하락세가 가파른 탓에 속도를 맞추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라며 “저금리 막차를 타려는 수요를 인위적으로 통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한국은행을 포함한 금융당국에서는 올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국내 총생산(GDP) 증가율 예상치인 2.5% 수준으로 설정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말 대비 2.5% 내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목표다.
다만, 최근 3개월간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5대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이미 2.2%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목표치까지 남아있는 ‘0.3%p’ 수준의 증가율로 올해 말까지 대출 수요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 그리고 정책금융상품의 수요 등을 고려하면 대출 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단, 하반기 대출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대출 관리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심리 자극하는 금융당국
대출 수요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던 정부 발 주요 정책의 시행이 연기됐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물론 서민‧자영업자 대상 금융지원, 부동산PF 연착륙 등을 위한 조치라는게 당국의 설명이지만 결국 대출 관리의 책임을 은행권으로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애당초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현재 스트레스DSR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기존 0.375%p에서 0.75%p로 올릴 방침이었다. 쉽게 말해 하반기부터 변동금리의 경우, 현재 수준보다 0.375%p 추가로 오르게 된다는 의미다.
스트레스DSR 제도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주담대의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변동금리 주담대 대출에만 일종의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가산금리가 반영돼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이자 부담이 커져, 자연스레 대출 한도가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조치 또한 오는 9월로 시행 시점이 두 달 연기되면서 당장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특히 당국 또한 이러한 가계부채 급증 우려에 대해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면밀히 관리하겠다”라는 원론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엇보다, 업계 안팎에서는 설사 스트레스DSR 2단계가 시행됐다 하더라도 고정금리 못지않게 변동금리 또한 상당 부분 낮아진 상황인 만큼 실제 대출 억제라는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비록 변동형의 지표금리인 코픽스가 지난달 상승전환했지만, 언제든 하락세로 반전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코픽스의 경우, 예·적금 및 수신상품 금리가 반영되는데 예‧적금 금리의 상승 반전이 없는 한 코픽스의 오름세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주요 지표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대출 금리도 내려가는 상황”이라며 “다만, 일부 은행의 경우 이미 가계대출 증가율이 당국 목표치를 넘어서기도 한 만큼 하반기에는 대출 한도 축소, 가산금리 추가 인상 등을 통한 대출 조이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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