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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한 러시아’…기만전술 외교에 ‘맞춤형 활’ 쏜 전략가 장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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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정부 초대 주러시아대사를 지낸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정부의 대(對) 러시아 외교의 전면에서 직접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밀착’을 강화하자마자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직면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장 실장의 ‘맞춤형 수사’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새로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전문이 공개되며 파장이 일자 즉각 압박 외교로 맞대응에 나섰다. 장 실장이 직접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방침 재검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는 그간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고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에 대한 ‘관리 외교’ 차원이었는데, 첨단무기를 상당수 보유하고 전 세계 방산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한국의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넘어가는 것이 러시아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는 정보 판단이 배경에 있었다.

특히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 쪽도 차차 아는 게 흥미진진하지 않겠냐”라며 북러 간 향후 행보에 따라 ‘맞춤형 화살’을 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는데, 외교가에서는 다소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화법의 배경이 된 구상 역시 장 실장 주도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첫 주러대사로 ‘러시아통’으로 분류할 수 있다. 외교부 내에서 ‘전략가’로 유명한 그는 지난해 4월 외교부 1차관에 발탁됐다가 불과 8개월여 만인 같은 해 12월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됐다.

특히 장 실장이 주러대사로 근무할 당시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이에 따른 서방 국가의 대러 경제제재 발동, 또 한국의 제재 동참으로 한러관계가 매우 어려웠던 시기다.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고 대사로서 외교활동에도 제약이 따랐다.

그러나 장 실장은 다른 서방국가와 달리 당시에도 러시아 당국자들과 관저에서 식사할 정도로 ‘인맥 관리’에 능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이 한국을 방문해 장 실장을 따로 만난 것도 장 실장이 대사 시절 ‘충돌’과 ‘협력’의 포인트를 정확히 짚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외교부 안팎의 평가가 나왔다.

장 실장은 외교부 1차관 때부터 북러 무기 거래 등과 관련해 한러관계는 한쪽이 아닌 양측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외교적 카드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언급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장 실장의 발언 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북러 간 조약은 북한이 침략받을 경우에만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발을 빼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러시아에 아픈 카드임이 확인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푸틴의 발언 뒤, 장 실장은 2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강조하고 싶은 건 러시아 측에서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라며 한국의 경고에 대해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해 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의 조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 역시 러시아에 다시 공을 넘기면서도 ‘빠른 판단’을 촉구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한러관계 관리를 위해 어떤 형식으로든 한국과 ‘외교적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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