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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의 미래] 전공의 없는 대형병원, 경영난에 허덕···’뉴 노멀’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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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가 대거 의료현장을 이탈하면서 주요 병원의 경영난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의 한 대학병원 로비 전광판에 토요일 외래진료 한시적 중단 안내문이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가 대거 의료 현장을 이탈하면서 주요 병원의 경영난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의 한 대학병원 로비 전광판에 토요일 외래진료 한시적 중단 안내문이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간 대치가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갈등 사태가 조만간 매듭지어진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정부의 의료개혁이 나아가야 할 방향, 파산 위기에 몰린 대형 병원의 지속 가능한 경영 방안, 대변화가 예상되는 미래 의료 대비 등이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 의료 현주소와 미래 해법에 대해 알아본다.

의·정 갈등 후유증이 대형병원을 덮쳤다.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들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적자를 막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갈수록 악화하는 경영난엔 속수무책이다. 결국엔 전공의 없는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을 만들어야 하는 게 이들의 몫이지만 당장은 매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 하루 평균 10억대 적자···“의·정 갈등 봉합하면 새로운 패러다임 준비해야”
사진연합뉴스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지난 20일 기준 105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전공의 중 7.6%로, 의·정 갈등이 넉달 째 이어지고 있으나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지난 20일 기준 105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전공의 1만3756명 중 7.6%에 불과하다. 앞서 이달 4일 정부가 전공의에게 내린 각종 행정명령을 철회한 이후에도 현장 근무 전공의 수는 39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전공의 A씨는 “레지던트 4년 차인데 전공의 수련을 앞두고 중단할 수 없어 최근 복귀하게 됐다”면서 “다만 대부분 동료들은 복귀에 관심이 없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병원들은 전공의가 떠난 이후 하루 평균 10억원대 적자를 내고 있다.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은 의·정 갈등 사태로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초창기에 병상 가동률이 반 토막 나면서 40일 동안 순손실 5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추세로 합산해 보면 이제껏 한 병원당 약 1000억원대 적자를 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셈이다.

병원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모자란 자금을 충당하고 있고 최근 들어 병상 가동률이 심각했던 수준에서 소폭 올랐다고 해도 갈등 상황이 길어질수록 경영난 악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병원들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1285억원 규모 예비비와 매달 건강보험 재정 1882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과도한 전공의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고, 진료보조(PA) 간호사 제도화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런 대책들이 현재로서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병원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빠져나간 전공의 자리를 전문의로 메우는 건 당장은 쉽지 않다”면서 “앞으로 PA 간호사와 전문의 인력이 어떻게 역할을 할지와 급여체계 개선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대형병원 전공의 비율이 40%가량으로 알려진 만큼 병원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문의를 몇 명 뽑아야 하느냐 등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길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이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ㅏ

 

◆ 국내 의료 기관, 세계 최고 수준인데···“병원 경영 방식·의료제도 손질해야”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의료기관들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세브란스병원 등이 미국 뉴스위크가 선정한 ‘2024 아시아·태평양 최고 전문병원’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진료 분야별로 보면 내분비 분야에서는 1~5위(1위 서울아산, 2위 서울대, 3위 세브란스, 4위 삼성서울, 5위 서울성모) 모두 국내 의료기관이 차지했다. 정형외과 역시 4개 의료기관(1위 세브란스, 2위 서울아산, 3위 도쿄대, 4위 경희대, 5위 서울대)이 이름을 올렸다. 폐 분야에서도 4개 기관(1위 삼성서울, 2위 서울아산, 3위 도쿄대, 4위 서울대, 5위 세브란스)이 꼽혔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내 대형병원이 의·정 갈등 사태로 인해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에선 결국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원 경영 방식과 의료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으나 그간 값싸고 신속한 의료를 정부 주도하에서만 운영해 왔다”면서 “이제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바꿔야 한다.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세금을 걷어 조세로 의료제도를 운영하거나 개인적인 의료 서비스는 민간의료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형태 중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의료제도를 선택할 것인지 명확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초저가 수가 제도만 고쳐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연봉 2억~3억원을 준다고 해도 의료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의신 미국 텍사스 MD엔더슨 종신교수는 병원 운영 예산에서 환자 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내는 치료비에 의존해 병원을 운영하니 결국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미국 유명 대학이나 큰 병원들은 연간 예산 중 약 3분의 1을 기부금으로 운영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장려하기 위해 세금 등 많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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