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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포기 못 해”… 고민 깊어지는 영풍·장씨 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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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의 알짜 계열사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지배기업 영풍의 장형진 고문을 중심으로 한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경영을 맡고 있는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의 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씨 일가가 우위를 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씨 일가가 우호지분을 포함한 지분율 경쟁에서 장씨 일가를 소폭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그룹 핵심 계열사인 서린상사까지 최씨 일가 주도의 고려아연 지배로 들어가면서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영풍으로선 그룹 전체매출의 75%를 넘는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싶지만, 고려아연을 제외한 영풍그룹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마냥 지분싸움만 벌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영풍과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포기하면 ‘미니(?) 그룹’으로 쪼그라드는 데다, 그동안 계열사까지 동원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는 부담을 고스란히 져야 하므로 이 역시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50만원을 넘던 영풍 주가가 34만원대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달리 고려아연은 연초 대비 주가가 오르고 있는 점도 영풍과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열린 서린상사 임시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측 인사 4명이 새로운 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고려아연과 영풍 인사가 각각 4명·3명으로 구성해 왔던 서린상사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이 8명을 채우게 되면서 사실상 지배하게 됐다.

서린상사는 지난 40년간 영풍과 고려아연이 생산한 비철 수출과 판매를 전담해 온 영풍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이다. 고려아연이 66.7%의 지분율로 최대 주주이지만, 영풍과 고려아연 창업주의 ‘공동 경영’ 철학에 따라 경영은 영풍(33%)이 맡아왔다.

‘한 지붕 두 가족 체계’는 2022년 오너 3세대인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최씨 일가가 유상증자와 한화·LG화학과의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고려아연 우호지분을 늘리자, 최대 주주인 영풍과 장씨 일가 지분율은 낮아졌다.

이처럼 두 집안은 우호지분 확대와 주식 매입 등 치열한 지분 확대 경쟁을 벌여왔다. 이는 서린상사의 경영권 다툼으로도 이어졌고, 최씨 일가가 최종적으로 서린상사를 손에 쥐게 되면서 두 집안의 협업관계는 끊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 다툼은 최씨 일가가 조금 유리한 상황이다. 6월 기준 영풍과 장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약 33%이다. 최씨 일가가 보유한 순지분율 16%와 한화, 현대차 등 우호지분까지 포함하면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지난 3월 고려아연 주총에서 최씨 일가 편에 서면서 장씨 일가가 속이 타는 상황이다.

영풍그룹 매출 중 7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고려아연을 포기할 수 없는 장씨 일가는 지속적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하고 있지만, 업계는 장씨 일가가 지분 확보 경쟁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영풍의 부진한 실적과 주가 급락, 환경오염 관련 법적 분쟁 등의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최근 영풍 석포제련소(경북 봉화)의 잇따른 사망사고는 생산 차질로 이어졌다. 이는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돼 지난해 발생한 영업손실만 1600억원이 넘는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432억원)도 지난해보다 52.7%나 늘었다. 실적 부진에 주가 하락세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51만4000원이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34만1500원을 기록하면서 올해 들어 낙폭이 34%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석포제련소의 조업 중단 가능성도 악재로 지목되고 있다. 환경문제로 경북도와 법적 소송에 들어간 가운데 1심에서 법원이 경북도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그러나 장씨 일가가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다툼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많다. 장씨 일가가 영풍보다 시총이 16배가 넘는 ‘알짜’ 회사를 놓을 리 없다는 게 이유다. 지난해 영업이익만 놓고 봐도 영풍은 14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지만, 고려아연은 7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장씨 일가가 주식 매입에 더 열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씨 일가가 그룹 전체 매출의 75%를 넘는 고려아연을 포기하는 것은 영풍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앞으로 적어도 2~3번 주총이 열릴 때까지는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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