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평균 3% 수준의 자기자본만 투입되고, 나머지 97%는 건설사 등 제3자 보증에 의존해 빚을 내는 구조인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선진국 어디에서도 이러한 ‘한탕’을 노리는 구조는 존재하지 않다며,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을 줄이는 방향으로 PF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투기적’ 국내 부동산 PF…대안은 리츠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보고서에서 투기적 성격을 지니는 국내 부동산 시행업의 대안으로 리츠(REITs)를 제안했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관련 자본에 투자해 남은 수익을 배당하는 투자신탁을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사업 주체인 시행사들은 일반적으로 총사업비의 3%만 투입하고 97%는 빚을 내서 사업을 한다. 최근 3년 내(2021~23년) 추진된 총액 100조원 규모의 PF 사업장 300여개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개별 사업장에 필요한 총사업비는 평균 3749억원이었지만 시행사는 자기자본을 118억원(3.2%)만 투입하고 나머지 3631억원(96.8%)은 빌린 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자기자본비율은 33%였으며 이외에도 △일본(30%) △네덜란드(35%) △호주(40%) 등 주요 선진국들은 30∼40%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처럼) 시행사가 아닌 제3자(건설사 등)가 PF대출을 보증하는 경우는 주요국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면서 “책임준공 의무 역시 공사대금이 제때 지급된다는 조건하에 공사 의무를 이행한다는 것에 불과하므로, 공사대금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무조건 준공해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시행사의 채무까지 대신 변제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책임준공 확약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덧붙였다.
특히 황 연구위원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확충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리츠를 직접 시행 주체로 키워야 한다는 것. 리츠는 개발이익을 사회화하고 이미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받고 있으므로, 관련 지분투자를 활성화하거나 리츠를 직접적 시행 주체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CR리츠, 민간임대리츠 등…정부도 활성화 나섰다
정부도 올해 초부터 미분양 해소를 위해 기업구조조정(CR) 리츠를, PF 사업장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에서 위기 사업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지난 17일에는 ‘국민소득 증진 및 부동산 산업 선진화를 위한 리츠 활성화 방안’을 통해 리츠 개발 단계 규제를 풀고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등 시장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예컨대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브릿지론 상환에 곤란을 겪는 경매 위기 사업장 토지를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가 인수하는데, 건설 실적이 부족한 곳들도 참여가 가능하게끔 시공사 참여 요건을 ‘주택건설 실적 3년간 300가구’에서 ‘5년간 300가구’로 완화한다.
또 리츠가 미분양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도록 재무적 투자자(FI)와 시행사 등이 후순위로 출자 참여한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 및 운영하고, 부동산 경기 회복 시 이를 다시 매각하도록 한다.
나아가 부동산 개발이익을 국민 개개인이 누릴 수 있게끔, 리츠가 부동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프로젝트 리츠’를 신설키로 했다. 인가 대신 등록제를 적용해 개발 단계부터 사업 지연을 방지하고, 공시·보고 의무를 최소화해 개발 전략 비밀을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리츠도 결국 수익 창출이 목적인 만큼 우량 사업장으로만 투자가 집중될 것이기에 미분양 해결 등에 기대만큼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PF 사업장에 대한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 도입 추진, 미분양 CR리츠 도입 등은 결국은 우량 사업장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수익 창출이 민간사업의 최우선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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