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에서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늘면서 숙박세 도입을 확산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오버 투어리즘’(관광 공해)의 해결책 중 하나로 거론되던 아이디어가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지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일본 내 12곳의 지방자치단체가 도입을 결정했고, 앞으로 30곳이 넘는 지역에서 숙박세 징수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서 숙박세는 지자체가 자체적인 조례를 통해 걷는 ‘법정외세'(法定外稅)에 해당한다. 단 도입을 위해서는 총무성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후지산 인증사진 성지’로 유명한 혼슈 중부의 야마나시현 후지가와구치코마치에서는 2026년을 목표로 숙박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 편의점 위로 솟은 후지산 정경이 입소문을 타며 관광객이 몰리자 지역 주민의 불편 호소에 대응해 검은색 가림막을 설치한 곳이다.
대만 TSMC 반도체 공장 건설로 방문객이 늘어난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도 2026년 안으로 숙박세 도입을 논의 중이다. 또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삿포로나 오키나와현 주변 지자체에서도 같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구마모토시 담당자는 “관광 산업은 지역 경제 발전에 불가결하다”며 의지를 보였다.
이미 도쿄도를 비롯해 오사카부, 교토시, 가나자와시, 후쿠오카시, 나가사키시 등 크고 작은 일본 지자체 12곳이 숙박세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결정한 상태다. 이중 도쿄도는 2002년에 이미 숙박세를 도입해 관광안내소 설치 등에 사용했다.
이들 지자체들은 징수액은 다르지만 대체로 1인당 숙박료의 1∼3%를 걷고 있다.
숙박세 도입을 확산하는 이유에 대해 닛케이는 일본을 찾는 관광객 증가로 오버 투어리즘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관광안내소나 화장실 설치 등 수용 시설 정비를 비롯한 재원 수요가 늘었지만, 중앙 정부의 교부금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미 숙박세를 도입한 지자체에서는 징수액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토시의 경우 현재 숙박요금 수준에 따라 200엔(약 1739원)에서 1천엔(약 8712원) 사이의 숙박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 기업경영자 단체인 경제동우회는 숙박요금의 3%를 부과하는 숙박세를 2026년까지 전국에 도입하는 법률을 마련, 관광 진흥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으로 숙박세를 활용하자고 지난 3월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숙박세 도입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숙박업자들이 여행객이 감소하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어 지자체와 징수액을 얼마로 할지에 대해 조정이 어려운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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