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용 은행장, 책임론에서 자유로울까
NH농협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
직업적 소명의식·윤리교육 확대해야
[잡포스트] 이호규 기자 =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강한 질타에 은행권이 얼어붙고 있다. 5대 시중은행장들이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새 얼굴로 교체될지도 주목되고 있다.
현 상황을 살펴보면 과잉 대출 혹은 배임 혐의 등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특히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이 연임에 안심할 수 없다.
농협은행은 최소 직원들의 업무상 배임 혐의만 3건이 적발됐다. 이 중 두 건은 이 행장 취임 직후, 나머지 한 건은 지난해 11월까지 이뤄졌다. 지난 수년 동안 은행권이 준법 감시 인력을 늘리는 등 내부 통제 강화에 매진하고 있지만 농협은행의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석용 은행장, 책임론에서 자유로울까
금융감독원이 농협은행을 포함한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등을 들여다보는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이석용 행장의 거취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청렴경영’ 슬로건이 무너지면서 입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연말 내에 중도하차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부통제에 구멍이 드러나면서 이 행장이 올해까지 버틸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임기를 시작한 만큼 농협 금융계열사 인사에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현재 암흑기를 겪고 있다. 5대 금융 중 여전히 실적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임명 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도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잇따른 횡령,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연달아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내부통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은행은 올 초부터 연이어 60억~100억원대 배임·황령사고가 잇달아 터졌고 금감원도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문제 삼고 나섰다.
NH농협은행은 과거에도 배임과 횡령 등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부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역 지점 여신 업무 담당 직원이 2019년부터 4년 8개월 동안 일부 중소기업에 담보물의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과다 대출’ 해준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도 확인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을 최고경영자의 조직 장악력과 리더십에서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리더십은 금융사의 밸류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
올해 농협은행에서 적발된 금융사고도 모두 영업점 직원의 초과 대출로 인한 배임이었다.
농협은행은 3월 109억 원대, 5월 22일에는 53억원, 11억 원대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NH농협은행은 두 달 만에 또 수십억원대 금융사고가 터졌다. 지난 사고에 이어 이번 역시 수년간 문제가 이어져 왔다는 측면에서 농협은행 감사 시스템 자체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크다.
지난 2020년 8월11일부터 다음해 1월26일까지 총 53억4400만원 규모 공문서 위조와 업무상 배임 사고도 터졌었다. 채무자가 위조한 공문서를 농협은행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부동산 가격을 고가 감정해 2억9900만원 규모 초과 대출 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과거에도 17건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고, 횡령 금액만 31억원에 달했다. 전체 횡령금의 28.9%는 회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직원이 횡령한 대상은 은행의 시재금뿐 아니라 고객 예금, 공과금 수납 대금까지 다양했다.
금감원 검사에서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회장,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 거취와 직결될 수 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용 은행장의 임기는 연말까지나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관리 부실 책임을 안게 되면서 조기 퇴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적 꼴찌한 농협은행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농협금융의 부진한 실적도 도마 위에 올랐다.
농협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지난해 순익 실적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농협금융이 매분기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금액은 1조원을 상회한다. 농협은행의 올해 1분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즉 부실채권은 5대 은행 중 가장 높다. 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39%로 전분기 말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농협은행이 올해 1분기 상각·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만 39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2% 급증했다. 농협은행의 1분기 순익은 42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3% 감소하는 등 실적 면에서도 난향을 겪고 있다.
-윤리의식 취약한 농협은행, 변화될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장들을 만나 잇따라 벌어진 은행권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직원 윤리의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불완전판매와 직원 횡령 등 내부통제 부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금융권 신뢰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내부통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고, 금융사고 근절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조직문화가 좀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서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소극적 답변만 내놓으며 고객과 국민을 대상으로 사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금융기관 직원들에 대한 윤리교육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은행 직원은 비리와 횡령을 하게 되면 엄한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반복 교육해야 한다. 은행원이라는 직업적 소명의식에 대한 윤리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철저한 내부통제, 자금 집행과 결제자 분리, 윤리교육 확대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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