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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건설 엔지니어 내리고 재무통 CEO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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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새로운 유형의 리더십을 찾아 수장에 앉히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국내 부동산경기 불황이 장기화되자 건설업에 능통한 엔지니어 출신을 대신해 재무·전략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로 앉히는 건설업체들이 늘고 있다. 경영 전반을 둘러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주 확대보다 축소 전략이 리스크 관리에 안정적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새 리더십의 조건 ‘리스크 관리’

DL이앤씨는 지난 5월10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서영재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서 대표는 1991년 LG전자에 입사해 오디오·비디오(TV·AV), 정보기술(IT) 사업부, 비즈인큐베이션센터 사업부문 등의 성장을 이끌어온 인물이지만 건설업에 발을 디딘 것은 처음이다. 전문성 논란이 제기된 이유다.

DL이앤씨는 이 같은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서 대표가 ▲신사업 추진 ▲리스크 관리 ▲혁신을 새로운 경영 방침으로 세울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그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과 소형모듈원전(SMR),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을 확대해 기존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던 주택사업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서 대표는 LG전자 재직 시절 ▲홈뷰티기기 ▲식물재배기 등 기존에 없던 신개념 가전을 시장에 안착시킨 주역이다. DL이앤씨에서 미래 신사업 발굴과 구현, 사업 추진까지 각 성장 단계를 무리 없이 이끌 것이란 기대가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전략기획, 경영진단 등을 맡은 업무 경험과 성숙기 사업을 반등시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제적이고 시스템적인 리스크 관리에 기여할 것”이라며 서 대표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기존 건설업과는 다른 경험이 경영 판단의 시각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경영 활동을 다각도로 점검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 차례 실패했던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하는 SK에코플랜트도 전략 부문의 새 리더가 임명됐다. SK에코플랜트의 신임 사장은 김형근 전 SK E&S 재무부문장이다.

김 사장의 임무는 분명하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부문 신사업을 추진하며 채권 발행 규모를 늘려 자금 모집을 위해서는 IPO에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가 위기 극복과 신사업 추진 등에 초점을 맞춘 CEO 찾기에 한창이다. 사진은 최근 새로 선임된 서영재(왼쪽부터) DL이앤씨 대표, 김형근 SK에코플랜트 사장,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사장. /사진=각 사김 사장은 SK 주식회사 재무1실장, SK에어가스 대표이사, SK주식회사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부문장, SK E&S 재무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SK주식회사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기업가치 기반 경영체계를 수립하는 등 사업 개편과 포트폴리오 최적화에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김 사장이 탁월한 역량과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업 성과 가속화와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IPO 성공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위기 극복 위한 ‘적임자’ 될까

올해 재계의 최대 인사 태풍은 포스코그룹 사장단이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 초 그룹 인사에 따라 전중선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2019년 말 대표에 오른 한성희 전 사장은 4년 만에 물러났다.

전 사장은 포스코 원료구매실장, 경영전략실장, 포스코강판(포스코스틸리온) 사장,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과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을 역임한 재무·전략통이다.

전 사장이 포스코이앤씨 수장에 오른 배경에는 최근 회사의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포스코이앤씨는 한 전 사장의 재임 기간 동안 영업이익이 성장세를 보였지만 2022년 건설원가 상승 영향으로 하락 전환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매출 10조660억원, 영업이익 2010억원을 기록해 매출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5.0% 급감했다.

지방 대도시에서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실적을 꾸준히 올리고 수도권에도 공을 들여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 2위를 달성했지만 이는 공사비 급등 여파로 수익성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에 전중선호는 강남권의 알짜 정비사업에도 입찰을 포기하는 등 실적 쌓기에 제동을 걸었다. 전 사장의 최우선 과제도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 빠진 건설업계에 새로운 유형의 CEO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한동안 몸살을 앓던 신세계건설도 수장 교체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4월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앉혔다. 허 대표는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삼성물산 재무담당과 미주 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다.

2011년부터 호텔신라로 이동해 경영지원장 겸 CFO 등을 역임한 뒤 2018년 7월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지냈다.

갑작스런 인사의 배경에는 그동안 그룹 재무관리를 총괄해 온 그가 총체적 난국인 신세계건설의 재무 건전성 회복을 꾀할 것이라는 의도가 보인다.

허 대표는 잠재 리스크에 대한 선제 대응과 유동성 추가 확보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건설과 함께 PF 부실 사태를 맞아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절차를 밟고 있는 태영건설도 지난 3월 최금락 부회장과 최진국 사장을 대표이사로 낙점해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 돌입했다. 태영건설은 현재 완전 자본잠식(-6356억원) 상태다. 최 부회장과 최 사장은 워크아웃 조기 졸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남은 기간에도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하반기에 PF 구조조정이 본격화돼 기업 자금조달 여건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유동성과 재무 안정성 관리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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