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업체들이 임원 구조조정에 이어 저성과자 퇴출, 강제 휴직 등 다양한 형태로 인적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저성장이 장기화될 경우 이 같은 구조조정의 움직임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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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건설그룹 인수 3년 만의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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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3위 대우건설은 이달부터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최장 2개월의 유급휴직제를 시행한다. 본사 직원의 80%에 해당하는 1200여명이 적용돼 1년 동안 유지된다. 직원들은 희망 시기에 1개월에서 2개월까지 ‘리프레시 휴가’를 사용할 수 있지만 급여는 기본급의 50%만 지급된다.
회사 측은 휴식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수년째 반복된 수익성 약화로 경영 비용을 절감하는 조치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우건설의 올 1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2조4873억원, 영업이익은 114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35.0%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율이 매출의 7배에 달했다. 지난해 매출은 11조64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8% 감소해 6625억원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이어 희망퇴직 신청도 받았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장기근속·고연차 직원으로 종전까지 최대 22개월치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데 이어 이번에는 특별위로금 2000만원을 추가했다. 대학생 이하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1000만원의 학자금을 포함 최대 3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대우건설은 2021년 주택건설업체 중흥건설그룹에 인수·합병(M&A)돼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같은 해 하반기 한국은행 금리 인상이 시작됨에 따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산됐다.
책임준공 사업장의 약정금액은 16조6492억원 규모로 지난해 말 11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설정했다. 우발채무 규모는 1조4317억원에 달해 자기자본(3조1663억원) 대비 45.2% 수준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새 주주회사인 중흥건설그룹이 지방 자체사업을 통해 현금을 벌어들인 회사이고 이 같은 강점을 이용해 두 회사의 시너지가 기대됐으나 고금리 시기를 맞닥뜨려 실적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배경으로 대우건설은 올 2월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936가구)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에서 발을 뺐다. 당초 대우건설은 지난해 12월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가 게시된 후 현대건설과 입찰참여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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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저성과자 인력 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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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도 인적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마창민 전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 상무·전무 임원 18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저성과자 면담을 진행해 업무 재배치를 하고 있다.
해고 임원은 전체 임원의 20%에 해당한 규모다. 주로 주택·토목 사업부문 임원이 다수로 알려졌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주택사업부문 인력을 줄이기 위해 현장별 프로젝트 계약직의 재계약을 하지 않고 정규직도 플랜트 등 비주택사업부문으로 재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의 1분기 주택사업 매출 비중은 61.7%로, 전년 동기(64.3%) 대비 2.6%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택사업의 영업이익은 475억원에서 421억원으로 11.4% 감소했다. 올 1분기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은 609억원으로 전년 동기(902억원) 대비 293억원(32.5%) 감소했다.
DL이앤씨도 주택사업 수주를 줄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삼환가락'(648가구) 용산구 ‘산호'(554가구) 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620가구) 재건축 입찰을 줄줄이 포기했다.
지난해 말 대비 올 1분기 기준 두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 수는 대우건설 3633→3664명, DL이앤씨 3518→3600명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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