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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의 문화살롱] 각자도생의 오늘날…북미 원주민이 일깨우는 더불어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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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 전경 사진연합뉴스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 [사진=연합뉴스]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그대의 집에 부드럽게 불기를. 너의 가죽신이 눈 위에 행복한 발자국을 남기기를. 그리고 무지개가 항상 너의 어깨에 닿기를.”
 
북미 원주민의 지혜와 격언을 담은 책인 ‘인디언의 속삭임’(저자 김욱동)은 체로키족의 기도를 소개한다.
 
북미 원주민들은 지역마다 부족마다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같았다. 둥그런 원을 이루고 있는 세상 모든 존재들의 관계와 연결을 중시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했다.
 
양극화와 각자도생이 심화하고 있는 오늘날, 북미 원주민의 삶과 문화는 ‘또 다른 길’을 보여준다.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이번 특별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과거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북미 원주민의 문화와 예술을 종합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북미 원주민의 다양한 문화와 세계관을 보여주는 전시품 151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알던 인디언을 다루지만 인디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인디언이라는 용어는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북미 대륙을 인도로 착각한 데서 붙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오래전부터 그 땅에 살아왔던 사람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북미 원주민이라고 부른다.
사진
카이오와족 ‘아기를 위한 요람’. [사진=덴버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동안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깊이 있게 소개해왔다. 이번에는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을 소개하는 기획의 일환으로 미국 내에서도 원주민 미술로 이름 난 덴버박물관 소장품을 엄선해 북미 원주민의 역사, 문화, 예술을 보여주는 전시를 마련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한 덴버박물관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에 위치하고 있는 미국 중부의 대표적인 박물관이다. 특히 미국 내 북미 원주민 예술품을 수집한 최초의 박물관 중 하나로, 관련 소장품만 1만8000여 점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덴버박물관장은 “박물관의 정체성이기도 한 주요 유물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소장품을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1부 ‘하늘과 땅에 감사한 사람들: 상상을 뛰어넘는 문화적 다양성’에서는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으로 대표되는 북미 원주민에 관한 단편적인 시각을 넓힐 수 있다.
 
북쪽 알래스카에서 남쪽 뉴멕시코에 이르는 광활한 북미 대륙에는 570여 개 부족이 있고, 부족 수만큼이나 놀라올 정도로 다양한 문화가 존재했다.
 
이러한 다양성은 기후와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다. 그들을 둘러싼 자연 환경은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주었고, 다채로운 언어와 풍속을 지니게 했다.
 
전시는 북미 원주민에게 자연의 갖는 의미가 담긴 아기 요람으로 시작한다. 원주민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아이들에게 자연은 가장 큰 선생님이다. 얼굴만 내놓을 수 있는 요람에서 갓난아기 때부터 자연을 바라보며 주변 세계를 관찰하고 자연의 기운을 눈, 코, 입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 주는 집, 옷과 그릇, 의식 도구와 그림 등 30여 개 부족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북미 대평원 원주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나누는 인사 ‘미타쿠예 오야신’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다. 특별전에서는 이러한 자연과의 교감과 조화와 균형의 가치관이 그들이 만든 집과 옷, 일상용품과 의식뿐 아니라 구전으로 전해지는 말 속에 담겨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라코타족 ‘대평원의 보금자리인 티피’. [사진=덴버박물관]
 
 

 
대평원 부족의 집인 ‘티피’의 둥근 바닥은 대지를 의미하고 가운데 세운 기둥은 땅과 하늘을 이어준다고 여겼다고 한다.
 
북미 원주민의 집은 ‘티피’ 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그들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기후 조건에 적합한 집을 지었다.
 
북극은 ‘이글루’, 북동부는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 사는 ‘롱 하우스’, 북서 해안은 삼나무를 이용한 판잣집인 ‘플랭크 하우스’, 남서부는 진흙과 지푸라기로 만든 집인 ‘어도비’를 지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은 존경의 상징이다. 공동체 구성원에게 넓은 관대함을 보이거나 전투에서 용감한 행동을 한 사람들이 착용했다.
 
다른 문화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것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김혁중 학예연구사는 “최근까지도 원주민이 아닌 사람들이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을 단순히 패션의 표현이나 의상의 장식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모습은 북미 원주민에게 머리 장식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짚었다.
 
다양성과 존중을 중시하는 문화는 ‘더불어 사는 삶’으로 이어졌다. 오체이티샤코원족의 ‘훈카(Hunka) 의식’이 대표적이다. 훈카 의식은 한 사람이 입양되는 것을 기념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을 받은 사람은 평생 동안 훈카 의식의 상징을 착용했다. 입양을 존중하는 문화가 누군가의 삶을 바꾼 것이다.

사진
네즈퍼스족 ‘존경의 상징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 [사진=덴버박물관]
 

 
2부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한 사람들: 갈등과 위기를 넘어 이어온 힘’에서는 유럽 사람들이 북미 대륙으로 건너와 정착한 이후 달라진 원주민 삶을 회화와 사진 작품들을 중심으로 다룬다.
 
유럽 이주민들과 첫 만남은 낯설었지만 대체로 평화로웠다. 그러나 머지않아 서로 다른 세계관의 충돌로 오래도록 살아온 터전을 떠나야만 하는 등 원주민들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전시는 이주민의 시선에서 본 북미 원주민의 모습, 미국이 형성되는 과정 속에서 원주민이 겪은 갈등과 위기의 순간, 북미 원주민 스스로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서부 개척 시대 북미 원주민들은 크나큰 갈등과 위기를 여러 차례 겪었다. ‘골드 러시, ‘리틀 빅혼 전투’ ‘운디니드 사건’ 등 미국 역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북미 원주민이 겪었던 사건들을 회화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사진
프리츠 숄더 작가의 1972년 작품 ‘인디언의 힘’ [사진=덴버박물관]

 
북미 원주민은 우리와 같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프리츠 숄더(1937~2005) 작가와 같은 북미 원주민 예술가들은 작품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잘못된 인식이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우리 인디언으로 알던 북미 원주민이 어떤 사람들인지, 각 전시품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전시실에서 직접 만나보기 바란다”며 “우리에게 낯설고 오래된 문화가 아닌 현재 우리 곁의 문화로 한층 가까이 다가올 것”이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9일까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포스터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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