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에서 20년 만기 상품이 미달 상태를 겪었습니다. 시장 자체가 50대 이상 고액자산가 위주로 꾸려졌는데 서민 상품으로 구성해 판 영향이라는데요. 특히 금리와 세금 등 각종 혜택을 만기까지 기다려야 준다는 식의 설계 탓에 중도 환매까지 어렵게 만든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입니다. 요즘처럼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목돈을 넣고 20년이나 기다릴 투자자들이 얼마나 될까요. 개인투자용 국채 20년물의 흥행이 왜 실패했는지, 나머지 10년물에 대한 비전은 분명한지 선데이 머니카페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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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006800)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13~17일 국내 최초로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4261억 원의 돈이 몰렸습니다. 10년물과 20년물을 각각 1000억 원어치씩 발행하려고 했는데 10년 만기 국채에는 3493억 원이, 20년물에는 768억 원이 각각 몰렸다는데요. 20년물은 발행 한도도 못 채운 채 청약이 끝났습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개인의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형성을 지원할 목적으로 이번에 처음 발행하는 저축성 채권입니다. 만기 보유 시 가산금리, 연 복리,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죠. 미래에셋증권은 올 3월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해당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증권사이고요.
이 국채는 1~11월 연 11회 발행하는데요. 올해에는 6월부터 발행하기 시작해서 총 1조 원 물량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달 표면·가산금리 합계가 10년물은 3.69%, 20년물은 3.725%로 확정됐고요. 1년에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까지 가입할 수 있습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청약에서는 10년물에 1만 3084건, 20년물에 4673건이 접수됐습다. 기재부는 20년물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적자 나머지 발행 금액을 10년물에 얹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10년물을 1231억 원, 20년물을 769억 원어치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미달 사태를 겪은 20년물은 당연하고, 조정된 10년물 경쟁률(2.83대1) 또한 당초 기대보다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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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달부터 예상 밖의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기재부가 다음 달부터 20년물 물량을 1000억 원보다 줄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투자자 연령대는 중장년층에 몰려 있는데 국채를 중도 환매할 경우 각종 금리·세금 혜택을 받을 수도 없어 20년 만기까지 기다릴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발행 및 상환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청약 접수 마감 후 기재부 장관은 종목별 발행 한도를 총 월간 발행 한도 내에서 조정할 수 있습니다. 10년물과 20년물을 똑같이 각각 1000억 원 한도로 발행하려고 했던 이달과 달리 다음 달부터는 총 2000억 원 한도만 유지한 채 10년물 물량을 20년물보다 더 늘릴 수 있다는 뜻이죠.
기재부와 미래에셋증권도 수요 재파악에 곧바로 돌입했습니다. 다만 적어도 올해에는 장기 저축성 채권이라는 제도 취지를 감안해 10년물, 20년물로 지정된 현 상품 구성은 바꾸지 않을 예정입니다. 1~5년 단기물은 올해 청약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이죠.
첫 청약부터 장기물 국채 흥행이 저조했던 것은 투자 수요는 고액 자산가가 밀집한 중장년층에 몰렸음에도 중도 환매 제약은 컸기 때문인데요. 특히 중도에 환매하면 표면금리가 단리로 적용되고 가산금리, 연 복리, 분리과세 혜택은 적용되지 않는 점이 흥행의 발목을 붙잡았다고 합니다. 중도 환매 가능 시점도 매입 1년 뒤 가능하고요. 6월물 표면·가산금리 합계는 10년물이 3.690%, 20년물이 3.725%로 두 채권 간 금리 편차도 크지 않습니다. 불확실한 거시 경제 환경에서 10~20년 동안 돈을 묶어둬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다른 고수익 상품을 대안으로 찾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겠죠. 중도 환매 제약이 큰 만큼 투자 수요는 고액자산가의 여윳돈에 집중됐는데 투자 한도는 서민 노후 대비용처럼 10만~1억 원으로 제한한 점도 한계 지점으로 지목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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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경제가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 결과를 살펴본 결과 10년물은 50대가 가장 많이 신청했지만 20년물은 40대의 투자가 가장 많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60대 이상 투자자의 국채 20년물 청약은 10년물에 비해 훨씬 적었습니다.
청약 건수 기준으로 10년물에는 50대가 40.8%를 접수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60대 이상 23.6%, 40대 21.5%, 20대 이하 7.4%, 30대 6.7% 순으로 청약 건수가 많았습니다. 반면 20년물에는 40대가 전체 청약 건수의 34.5%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50대 24.3%, 30대 19.1%, 20대 16.6%, 60대 이상 5.5% 순으로 청약 접수가 많았습니다. 10년물에는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의 투자가 집중된 반면 20년물에는 40대 이하의 젊은 층의 투자 수요가 높았던 셈인데요. 50대와 60대 이상 비중은 개인투자용 국채 10년물 청약에서 총 64.4%에 달한 반면에 20년물에서는 29.8%에 그쳤습니다. 업계에서는 고액 투자자 분포상 1인당 국채 청약 금액도 40대 이하보다는 50대 이상에서 더 컸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 청약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정부와 미래에셋증권은 7월물부터 10년물과 20년물의 물량을 좀 더 정교하게 조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투자용 국채 투자가 앞으로 더 살아날 수 있을까요. 7월물 발행 계획은 오는 28일 기재부가 공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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