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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방폐물처분 후발주자…”URL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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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방폐물처분 후발주자…'URL 서둘러야'
조천형 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기술개발원장. 유현욱 기자

한국은 원자력발전 기술력에 있어 미국·프랑스 등 세계적 강국에 비춰 크게 뒤지지 않는다. 뛰어난 기술력과 더불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수출 환경에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건립한 데 이어 30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의 가동 이후 이뤄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처분 기술은 선도국에 못 미치는 ‘후발 주자’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스위스·일본 등 주요국은 고준위방폐물에 대한 전문 연구와 별도 관리 시설을 갖춘 데 비해 우리는 이제서야 관련 시설 건립 준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21일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기술개발원. 복도 한쪽 대형 진열장에는 스위스·스웨덴·핀란드·일본 등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연구시설(URL)별 암종이 전시돼 있었다. 스위스의 방폐물관리전담기관(나그라)이 운영 중인 그림셀 URL은 결정질암(화강암), 일본의 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가 운영하는 호로노베 URL은 퇴적암(점토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들과는 또 다른 고유의 암반 특성과 지질 환경에 부합하는 한국형 처분 기술 개발이 필요해 별도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조천형 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기술개발원장은 이와 관련해 “개별 국가마다 암반 특성과 지질 환경 등에 부합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역시 이들 나라 수준의 최적 환경을 연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고준위방폐물 처분 기술은 주요 선진국의 70% 수준으로 ‘추격자’에 불과하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는 방폐물 운반 저장 용기의 설계 능력이나 제조, 시추 기술력은 기술 강국의 턱밑까지 쫓아왔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는 것은 URL의 부재로 일부 실증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폐물 관리 기술 선진국은 고준위방폐장의 전(前) 단계로 URL을 건설해 운영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는 현재 그림셀과 몽테리에 총 2곳의 URL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은 현재까지 총 4곳의 URL을 건립했다

韓 방폐물처분 후발주자…'URL 서둘러야'
스위스의 방폐물관리전담기관인 ‘나그라’ 소속 직원들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 연구 시설에서 진행할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그림셀시험장 웹사이트

정부와 원자력환경공단은 이달 ‘한국심층처분기술연구소(가칭)’ 부지 공모에 착수했다. 지하연구시설에서는 사용후핵연료 반입 없이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열과 지하수의 움직임 관찰을 통해 방사성폐기물이 내뿜는 열처리 방법 등을 실험한다. URL의 심도는 실제 처분 시설과 유사한 지하 500m로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555.65m)만큼 땅 밑으로 파내려간 셈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하 120m에 운영 중인 지하연구시설(KURT)과 비교해도 4배 이상 깊다. 조 원장은 “하루빨리 URL 내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후발 주자인 만큼 수평 적재 등 기존과 다른 처분 방식도 실험해보려 한다. 개념상 수직 적재보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후핵연료의 독성이 천연우라늄 수준까지 떨어지는 데 30만 년에서 100만 년 정도 걸린다”며 “아무리 인류가 좋은 저장 용기를 만들어도 유효기간은 1만 년 정도이며 29만 년 이상은 자연이 견뎌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韓 방폐물처분 후발주자…'URL 서둘러야'

고준위기술개발원은 URL 준공 시 부속 지상 연구 시설로 이전하고 연구 인력도 50여 명으로 3배가량 확충할 방침이다. 산업부와 원자력환경공단은 2026년 부지 조사, 2029년 건설 허가, 2030년 준공 및 부분 운영 등의 한국심층처분기술연구소 건설 로드맵을 수립했다. 총 사업비는 약 5138억 원에 달한다. 전국 5곳 이상의 지자체가 URL 유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 원장은 “URL 건립 등이 순조롭게 이뤄져 연구에 집중할 경우 고준위 방폐물 관리·처분도 기술 선진국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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