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후 제삼자 통한 지원만 8억 유로 상당
부치치 “탄약 목적지 안다 해도 내 일 아냐”
전문가 “푸틴과 부치치 떨어뜨리려는 미국 노력 성공”
대표적인 ‘친러’ 국가인 세르비아가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제공해왔고, 제공량도 은밀하게 늘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2022년 전쟁이 발발한 후 지금까지 제삼자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유입된 세르비아 탄약 수출액은 약 8억 유로(약 1조1900억 원)에 달한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도 탄약 판매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건 우리 경제 부흥의 일부분으로, 우리에게 중요하다”며 “그래서 우린 탄약을 수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린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로 수출하지는 못한다”며 “그러나 미국, 스페인, 체코 등 많은 국가와 계약을 맺어 왔다”고 덧붙였다.
부치치 대통령은 “(탄약이 어디로 가는지) 안다고 해도 그건 내 일이 아니다”며 “내 역할은 우리가 탄약을 합법적으로 취급하고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사람들을 돌봐야 한다. 그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라며 “키이우와 모스크바에 모두 우리 동료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르비아는 오랫동안 서방과 대척점에 서는 동시에 러시아와 가까이했다. 이런 탓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못했고 유엔 회원국 자격마저 제한된 상태다. 그럼에도 부치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줄곧 대러시아 제재를 채택하라는 서방의 압력에 저항했고 러시아 항공편 운항을 계속 허용하는 등 친러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탄약 판매 문제로 인해 과거보다 친러 행보에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세르비아가 보유한 탄약이 우크라이나 무기와 호환된다는 점도 한몫했다. 세르비아는 유고슬라비아에 속했던 냉전 시절 무기 산업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지금도 세르비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널리 쓰고 있는 구소련제 탄약을 만드는 대표 제조국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세르비아 무기는 서방보다 저렴하므로 절호의 기회를 얻고 있는 것”이라며 “세르비아의 전체 탄약 수출 규모는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니샤 말리 세르비아 재무장관 역시 “나는 이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고 있다”며 “아직 선진국보다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다.
서방의 한 외교관은 FT에 “유럽과 미국은 부치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거리를 두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 왔다”며 “전쟁 한 달 만에 베오그라드를 찾은 크리스토퍼 힐 주세르비아 미국 대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는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치치 대통령은 몇 년 동안 푸틴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고 전화도 하지 않았다”며 “물론 여기엔 우크라이나를 향한 무기 조달 문제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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