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시간제근로 비율 가장 높아
네덜란드 시간제 근로자, 대부분 정규 분류
“모든 근로자 동등”…시간제-전일제 구분 없어
“근로자 창의성 향상”…유연근무·워라밸 중요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시간제근로 비율을 가진 국가 중 하나다.
시간제근로는 정규직 근로보다 고용 창출 효과가 높다.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인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을 꺼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근로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근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자녀를 돌보는 여성이나 학업을 병행하는 청년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보다 생산성이 높을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 짧은 시간에 더 집중하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韓서 부정적 인식 강한 시간제근로…네덜란드와 차이점은
네덜란드와 한국의 시간제근로는 근로 비율, 근로자 특성, 근무 시간, 임금, 사회보험, 휴가, 고용 안정, 유연성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네덜란드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시간제근로 비율을 자랑한다. 지난해 기준 전체 근로자의 19%가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시간제근로 비율은 14.0%로, 네덜란드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차이는 여러 요인에서 비롯된다. 네덜란드는 1980년대 경제 침체 이후 고용 창출을 위해 시간제근로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이는 여성 노동력 증가와 산업 구조 변화도 시간제 근로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부족, 해고 규제 완화, 최저임금 인상 우려 등이 시간제근로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징 역시 큰 차이를 보여준다. 네덜란드 시간제 근로자는 대부분 정규직으로 분류된다. 여성 비율과 30대 이상 연령층 비율이 높고 높은 교육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네덜란드 시간제근로가 단순히 저임금 노동력 확보 수단이 아닌 유연한 근무를 원하는 고숙련 노동력의 요구에 부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시간제 근로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 청년 비율과 낮은 교육 수준이 두드러진다. 이는 한국 시간제 근로가 주로 저임금 일자리로 기능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근무 시간도 다르다. 네덜란드는 평균 주당 36시간 근무로 한국(40시간)보다 짧은 근무 시간을 운영한다.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도 낮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는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이 정규직 근로자 임금의 93% 수준으로 유지되지만 한국은 70% 수준이다.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시간제 근로를 정규직 근로와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하고 근무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 시간제근로를 비정규직의 일종으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이에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있어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시간제-전일제 구분 없다…“모든 근로자가 동등”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네덜란드, 한국의 일·생활 균형제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 1996년 도입된 ‘노동시간법’에서는 최대 근로시간, 야간·주간 근무, 분야별 근로시간 관련 의무사항 등 근로시간 관련 근로자의 권리를 법제화하고 있다.
노동시간법에서는 시간제, 전일제 구분 없이 모든 근로자가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는다. 이어 2000년에는 ‘노동시간조정법’이 발효됐다. 노동시간조정법에서는 1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근로자는 근로기간 1년 이상, 4개월 전 근로시간조정 요청 등 일부 조건 충족 시 기존 계약상 명시된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는다. 고용주는 업무에 중대한 이해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이를 수용해야 한다.
이후 2016년부터는 ‘유연근무법’이 노동시간조정법을 대체해 시행되고 있다. 유연근무법이 시행되면서 근로자가 근로시간 및 장소, 근로환경을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보다 포괄적으로 확대됐다.
근로기간 최소 6개월, 최소 2개월 전 신청, 1년에 1회 신청과 같은 조건을 충족하면 근로자는 근로시간이나 장소를 변경하고 싶다고 고용주에게 요청할 수 있다. 제3조에 의하면 고용주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장소 조정을 요청했다는 사유로 고용계약을 종료할 수 없다.
해당 법은 1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적용되나 정부는 10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인 경우에도 고용주는 근로자가 근로시간이나 장소 변경을 원하는 경우 논의 과정을 거치고 최대한 근로자의 이해를 고려해 합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시간제근로의 확산과 함께 시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고 동등한 대우 보장을 위한 관련 법제들도 도입됐다. 1993년 시간제 근로자에 최저임금, 최저연차휴가수당 등을 적용했고 1996년 ‘동등대우법’을 통해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금지됐다. 2000년에는 근로자들에게 현재의 일자리에서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늘리는 요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등 법적 보호 장치를 강화했다.
네덜란드 기업들 “유연근무·워라밸 중요…창의성 끌어내”
2007년 설립된 정보통신(IT) 컨설팅 기업 블루 브릭스(Blue bricks)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때 시간제근로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루 브릭스는 글로벌 신뢰기반 평가기관인 GPTW에서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됐다. 육아 등 사유로 파트타임 근무(주4일 등) 및 원격근무를 활용 중이다.
로날드 판 스테이니스 CEO는 “전일제가 관리하기 쉽고 모든 기준에서 용이하지만 근로자 정신건강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 가질만한 환경을 조성할 때 전일제를 고수하기만은 쉽지 않다”며 “네덜란드 사람들은 근무유연제 시행된 이후 참여인이 늘고 있어서 이 부분에 있어 존중하면서 근로자들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사고과 평가에서도 전 직원이 시간제나 전일제 등 근무환경에 따른 차별을 두고 있지 않다”며 “젊은 세대일수록 일보다는 시간, 돈보다는 개인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하는 성향은 두드러진다. 일이 너무 가중되면 정신적인 문제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경영자 입장에서 올바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996년 설립, ERP‧HR 등 IT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AFAS software는 “네덜란드에서 워라밸은 중요한 의미”라고 말했다.
AFAS software는 GPTW에서 3년 연속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됐으며, 지난해 병가 2.4% 사용, 건강 증진 프로그램 운영(사내 의사, 운동 프로그램 등), 병가를 쓰지 않은 직원에게 750유로 별도 수당 지급, 극장‧스포츠센터‧정원 등 창의성 발휘를 위한 공간 구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스 판 더 펠트 CEO는 “우리 회사는 규정 설정이 많지 않고 사회적 통념만 지키면 된다”며 “일하는 사람들의 편의 위하는 회사 만들기 위한 노력 중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워라밸”이라며 “일 8시간 이상 근무하면 과부하라 보고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네덜란드가 시간제근로, 파트타임 근무자가 제일 많은 나라다. 경제활동 비율도 1위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남들에 뒤처지지 않는다”며 “경영자 입장에서 풀타임이 좋지만 모든 것은 근로자의 판단에 맡긴다. 풀타임이건 파트타임이건 크게 상관 안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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