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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암 투병 8년…의사가 한숨만 쉬어도 심장 터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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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조재혁 환우 인터뷰…급여 환경·상담 지원 절실

사진제공=한국신장암환우회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왼쪽)와 신장암 환우 조재혁 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캠코타워에서 본지와 만나 신장암 환우들의 고충을 설명하고 있다.

“환자들이 본인에게 맞는 치료제를 사용할 기회가 충분했으면 좋겠어요.”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국내 신장암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이 향상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신장암은 전체 암종 가운데 환자 비율이 높지 않고, 효과적인 신약도 등장하지 않아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크다.

본지는 ‘세계 신장암의 날’을 맞아 19일 서울 서초구 캠코타워에서 백 대표와 신장암 환우 조재혁 씨를 만나 신장암 치료 경험과 환자들의 고충을 들었다. 백 대표는 남편이 신장암을 진단받은 2004년부터 질환과 치료 환경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환자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활동하고 있다. 조 환우는 2016년 신장암 진단 후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매년 6월 셋째 주 목요일은 국제신장암연합(IKCC)에서 세계 각국 학회 및 협회와 신장암 인식 재고를 위해 제정한 ‘세계 신장암의 날’이다. 환우회는 매년 질환 인식 제고와 환우 격려를 위해 다양한 콘퍼런스와 캠페인을 진행한다.

사진제공=한국신장암환우회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가 19일 서울 서초구 캠코타워에서 본지와 만나 국내 신장암 치료제 급여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환자 수 10위 신장암, 정보 부족·비급여 고충 크다”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신장암은 2021년 기준 6883명의 환자가 발생해, 전체 암종 중 10위로 파악됐다. 남성환자는 4775명, 여성환자는 2108명으로 남성에게서 더 빈발했다.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신장암 수술과 치료는 종양내과와 비뇨기과가 분담하고 있다.

백 대표는 “남편의 치료 과정에 대해 궁금한 것이 정말 많았는데, 의료진의 자세한 설명을 듣기가 어려웠다”라며 “답답한 마음에 전원해서 다시 검사를 받았는데 1년 반 만에 양쪽 폐에 전이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의사가 ‘더는 해줄 게 없다’라며 오히려 우리에게 원하는 바를 말하라고 했다”라며 “환자와 보호자가 질환에 대해 뭘 알아서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있겠는가. 그때부터 질환에 관해 공부를 시작하면서 환우회까지 꾸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표적치료제 ‘카보잔티닙’과 ‘수니티닙’, 화학항암제 ‘소라페닙’, 면역항암제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 등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아직 신장암에 획기적인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암세포가 신장 이외의 다른 장기로 원격전이된 환자는 5년 생존율이 20.3%에 불과하다. 갑상선암(61.4%), 전립선암(48.8%), 유방암(45.2%) 등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백 대표는 “비급여 약제가 많고 아직도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신체적으로는 물론이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다”라며 “특히, 신장암 중에서도 환자 수가 더욱 적은 ‘비투명세포암’은 급여 환경이 훨씬 열악해 환자들이 막막함을 느낀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어떤 약이 본인에게 맞는지 알 수 없어서 효과 있는 약제를 찾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사진제공=한국신장암환우회신장암 환우 조재혁 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캠코타워에서 본지와 만나 신장암 진단 및 치료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약 없는 치료 과정, 몸도 마음도 바닥을 친다”

치료 과정에서 경험하는 좌절과 두려움도 환자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국립암센터 연구에 따르면 성인 암 생존자의 25%는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 복귀의 어려움, 암 전이나 재발에 대한 두려움 등이 심리 건강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혔다.

조 환우는 “치료를 받으면서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끔은 치료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때가 온다”라며 “현재 두 달이나 석 달에 한 번씩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데, 의사가 한숨 한 번만 쉬어도 심장이 터질 것 같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완치가 담보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피부에 문제가 생기거나 무력감이 드는 등 치료 부작용도 계속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의 치료 의지가 꺾이기 쉽다”라고 우려했다.

의사와 충분히 소통하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상담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 환자들의 요청이다. 진료 시간이 너무 짧아 자신의 상태조차 제대로 물을 수 없다는 불만이 크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의료서비스 경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의사들의 외래 진료 시간은 평균 8.9분으로 나타났다. 환자 1만6466명 중 절반에 가까운 49.2%가 외래 진료 시간이 1∼5분에 불과했다고 답했다.

조 환우는 “환자에게 지금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궁금한 점을 물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시간을 갖는 의사가 정말 고맙다”라며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개 구충제나 녹즙 등 소문에 현혹되기 쉬운데, 의사들이 정확한 정보를 이야기해 준다면 정말 잘 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항암제 부작용을 겪는 환자도 많은데, 심리적 어려움과 치료제 부작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완화할 수 있는 체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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