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당수 주차장은 1991년부터 시행된 규격을 따르는데 신축 건물의 경우 2017년 개정된 주차장법 기준에 맞추고 있다. 1979년 제정된 주차장법은 미국의 규격(1대당 너비×길이가 2.5×5.5m)을 참고한 만큼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국내 실정과 거리가 멀다는 건설업계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이후 ‘주차공간 효율화’라는 명분 아래 1991년부터 한 칸의 너비×길이를 2.3×5m로 조정했고 2008년부터 2.5×5.1m의 확장형 규격을 도입했다. 2017년부터는 일반형 주차구획 규격을 2.5m×5m로, 확장형은 2.6m×5.2m로 정했는데 유예기간이 끝난 2019년 3월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차장 규격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자동차와 건설, 로봇업계가 함께 주목한 건 로봇을 활용한 주차 관제다. 로봇 발레파킹(valet parking·대리주차)을 통해 여러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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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발레파킹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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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파킹은 백화점, 음식점, 호텔 따위의 주차장에서 주차 요원이 손님의 차를 대신 주차해 주는 일을 뜻한다. 현재는 발레파킹존 등 정해진 구역에 차를 세우면 사람(주차 요원)이 주차공간으로 옮긴다. 앞으로는 이 같은 업무를 로봇이 대신하게 된다.주차로봇이 주목 받자 대기업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로보틱스랩을 통해 다양한 로봇의 활용성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월엔 현대위아, 휴맥스모빌리티와 함께 로봇 친화형 빌딩인 ‘팩토리얼 성수'(서울 성동구 소재)에 주차로봇을 포함한 스마트 주차 솔루션과 카셰어링 플랫폼을 결합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건물 입주사 임직원들이 업무용으로 차가 필요할 때 전용 플랫폼으로 예약하면 로봇이 발레존으로 차를 들어 이동시키고, 사용 반납 후 로봇이 발레존에서 빈 공간으로 이동 주차하는 식이다.
강신단 현대위아 상무는 “현대위아의 주차로봇은 이미 지난해 현대차 싱가포르혁신센터, 미국 조지아메타플랜트에서 적용하며 안정화와 업데이트를 거쳤다”고 자신했다.
지난 5월엔 EV·자율주행 솔루션 전문기업 HL만도가 카카오모빌리티, 케이엠파킹앤스페이스와 자율주행 주차로봇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HL만도는 주차로봇 파키(Parkie), 카카오모빌리티는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기반 관제시스템을 맡는다. 스마트 주차장 구축과 운영은 카카오모빌리티 파킹 솔루션 자회사 케이엠파킹앤스페이스가 담당한다.해당 서비스는 ‘카카오 T’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개발한 파킹 솔루션을 해외시장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삼표그룹도 주차로봇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6월 들어서는 삼표그룹 계열사 에스피앤모빌리티가 ‘엠피시스템’으로 국내 로봇주차시장을 공략한다고 밝혔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자동 로봇주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셈페르엠과의 합작법인이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해외에서 이미 1만대 이상의 차가 로봇주차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 국내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에스피앤모빌리티 관계자는 “주차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순수 국내기술”이라며 “이미 해외시장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주차로봇은 이제 걸음마를 뗐다. 로봇업계는 공항이나 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공항처럼 차를 오래 세워두고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곳에선 대리주차서비스가 인기가 많다”며 “해외 공항에서도 이미 주차로봇을 도입한 사례가 있는 만큼 국내서도 충분히 도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차를 이동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제도적으로 걸림돌이 있는데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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