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전격 격상하는 등 국외 행보 잰걸음에 나선 것을 두고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원인으로, 자국(러시아)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킨 미국을 향해 이른바 ‘악의 축’ 국가들을 주도적으로 모아 대항하는 ‘복수’에 나섰다는 뜻인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월 5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이후 △중국(5월 15~16일) △벨라루스(5월 23~24일) △우즈베키스탄(5월 26~28일)을 찾은 데 이어 △북한(6월 19일) △베트남(6월 20일)을 줄줄이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외교 활동 범위를 벨라루스와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대폭 제한했던 것에서 상당한 변화를 꾀한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로부터 각종 제재 조치를 받고 고립됐던 터다.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이 등을 돌리자, 러시아는 새 친구들을 찾았다.
대표적으로 이들이 앞서 언급된 다섯 나라로,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미(美)를 중심으로 한 ‘친구 무리'(블록)로 기존 국제질서를 지키라는 압박에 나서자, 이들로부터 ‘같은 피해’를 입었거나 ‘회색 지대’에 있는 나라들을 찾아 ‘다른 무리’를 꾸린 것이다.
서방 용어로 러시아가 꾸린 ‘다른 무리’는 ‘악의 축’으로 표현된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서는 국가들’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유럽-대서양 안보 시스템’은 오늘날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이제 유럽과 유라시아의 새로운 안보체제를 논의할 때”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도 이러한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조약 서문에는 “패권주의적 기도와 일극세계 질서를 강요하려는 책동으로부터 국제적 정의를 수호한다”면서 ‘다극화된 국제적인 체계 수립’을 지향한다고 돼 있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이와 관련 “북한과 러시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도전한다는 면에서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러는 미국을 선동자나 제국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며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드워드 하웰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과 교수 또한 “우리는 두 나라(북러)가 미국과 서방에 대항해 점점 더 일치되는 연합 전선과 동맹을 형성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언론 ‘페어 옵저버’는 냉전 이후 미국이 세계화에 필요한 안정성을 제공하는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자리를 잡았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의 패권적 힘은 줄어들고 불안정한 다극체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당장 주요 서방국가들의 국제사회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이 약화됐다.
2000년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주요 7개국(G7)은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3%를 차지했다. 같은 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는 18%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브릭스의 비중이 32%까지 치솟았다. 반면 G7은 30%로 내려앉았다. 이는 서방국가들이 세계질서를 좌우할 강력한 수단 중 하나였던 경제제재 부문의 효과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매체는 “미국이 약세가 됐다는 인식은 다른 국가들이 글로벌 및 지역 강대국으로서 자신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신호”라며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무질서의 축'(Axis of Disorder)은 서방이 주도하는 기존 세계질서에 도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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