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워커에겐 업무에 몰입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원격근무자와 프리랜서, 주말이면 사이드 잡에 집중하는 N잡러라면 더욱 그렇죠. [대신일해봄]은 ‘일일사무실’이 필요한 워커들을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동네의 작은 도서관부터 공공라운지, 작업실을 닮은 카페까지. 다양한 업무 공간에서 에디터가 대신 일해본 소감을 공유합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낡은 건물. 노트북을 품에 안은 젊은 사람들이 입장한다. 이 건물의 2층에 사무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색 카페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름도 ‘2층 사무실’, 일 사(事), 힘쓸 무(務), 집 실(室). ‘당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본래 사무실의 뜻을 살려 지었다. 이름처럼 온전히 일에 몰입해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일까. 지난 14일 에디터가 2층 사무실을 찾아 재택근무에 임해봤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자, 조용한 공간이 나왔다. 다들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거나 공부를 하는 모습이었다. 가끔 대화를 나누는 손님도 있었지만, 소곤거리는 정도였다. 사실 이 공간에는 ‘꼭 조용히 해야 한다’라는 규칙은 없다. 다만 다들 일에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레 조용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오래된 사무용품으로 꾸며진 이곳은 영락없는 1990년대 사무실을 연상케 한다. 음료 메뉴판조차 파일철이다. 노트북 하나면 업무를 볼 수 있는 요즘, 파일철과 문서 보관함이라니. 분명 트렌디한 사무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진짜 사무실처럼 빽빽하게 책상이 나열되진 않아, 개방감이 있었다. 책상은 언제든 고개를 돌려 밖을 볼 수 있도록, 창 쪽에 많이 배치됐다.
천장 조명 없이도 창문으로 들어온 볕이 곳곳에 스며들어 공간이 환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개별 스탠드가 배치돼 업무 집중에 더욱 도움이 됐다. 또한 테이블마다 4구 콘센트가 있어, 굳이 콘센트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됐다.
책상에는 포스트 잇과 필기구도 준비됐다. ‘2층 사무실’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니 그 이유가 마음에 들었다.
“가끔 일하시다가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 메모장을 넘겨보세요. 또는 생각이 많을 때 그 생각들을 이 메모장에 쏟아내 보셔도 좋습니다. 아무 의미 없이 남긴 흔적일지라도 다른 분들에게 영감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까요”
사실 동네 개인 카페에서 오랜 시간 업무를 보긴 쉽지 않다. 좁은 공간의 특성상, 많은 고객을 받기 위해 2~3시간의 이용 시간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카페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서운하다.
반면, ‘2층 사무실’은 이용 시간 제한이 없다. 손님 대부분도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덕분에 에디터도 이곳에서 오후 내내 업무를 봤다. 어쩌면 눈치보지 말고 실컷 업무를 보거나 작업을 하라는 주인장의 배려가 아닐까.
이곳이 이렇게 ‘일’에 집중한 공간이 된 이유는 2층 사무실의 주인장이 바로 ‘N잡러’이기 때문이다. 공간의 가장 끝 쪽, 두 개의 큰 모니터을 보며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이는 대표 송지은 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지은 씨는 현재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2층 사무실’ 운영을 겸하고 있다.
사실 지은 씨가 이 공간을 구현하기까지는 생각이 많았다고. “컨셉은 사무실로 정했지만, 유행하는 공간으로 꾸미는 게 좋을지는 고민이 됐어요. 회사마다 사무실 풍경이 다양하잖아요. 결국 일반적인 사무용 공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자고 생각했죠.” 인테리어를 전공한 지은 씨(36)가 선택한 것은 바로 정공법이었다. 그렇게 ‘정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이 지금의 사무실을 만들었다.
지은 씨(36)의 바람대로 2층 사무실은 ‘일잘러’들 사이에서 작업하기 좋은 카페로 입소문이 났다. 카페를 오픈한지 채 3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공간은 저마다 일을 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으로 가득했다.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손님도 많았다.
환경이 분위기를 만든다고, 모두가 집중하는 공간에서 일을 하다 보니 에디터 역시 ‘일잘러’가 된 기분이었다. 업무를 마치고도 몰입감 높은 이 카페를 떠나기 싫어, 한동안 앉아있기도 했다.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하거나 오랜 시간 집중이 필요하다면, 오늘은 ‘2층 사무실’로 출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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