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출출할 때 한 줄 먹던 김밥이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김을 포함한 해조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해조류는 서양에선 통상 건강보조제로 캡슐·분말 형태로 소비됐는데, 이제 원물 형태로 소비량이 늘고 있다. 김밥과 함께 해조류도 조명받고 있는 이유다.
기후 측면에서 해조류는 좋은 ‘바다 숲’이다. 해조류는 탄소를 흡수하고, 생태계 조성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 김·다시마 등 양식에 비료도 들어가지 않아서 생태 교란 가능성도 낮다.
다만 해조류 양식은 전 세계 95%가량이 한국과 일본에 집중돼 있다. 기후위기와 먹거리 문제에 천착해 있던 캐나다 변호사 프랜시스 월리스는 해조류 양식을 캐나다 서해안으로 확대할 방안을 구했다. 프랜시스 월리스의 해조류 양식 확장을 다룬 블레이크 맥윌리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해초를 구해줘'(Send Kelp!)는 그녀의 도전과 성공을 담아냈다.
스쿠버 다이빙 애호가인 프랜시스는 밴쿠버 섬 인근의 해양 환경이 급변하는 것을 보고 해조류 양식에 투신했다. 밴쿠버 섬 인근의 해양 환경은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로 인해 어류와 산호 등의 생물이 감소하는 현상을 겪었다.
해조류는 해양 생태계에 산소를 공급하고, 다양한 해양 생물의 서식지 역할을 하며, 해양 생물의 먹이가 된다. 또 해조류는 해안 침식을 방지하고, 해양의 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한다 . 해조류는 나무보다 최대 10배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어,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랜시스는 해조류 양식을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 나갔다. 1970년대 북미에서 최초로 상업용 해조류 양식을 성공시킨 적 있는 해조류 전문가 도움을 받아 양식 최적지를 찾아냈고, 해조류를 심고 또 오랫동안 가꿀 수 있도록 장비도 설치했다. 해조류 씨앗을 뿌린 지뿌린 지 2달 만에 첫 다시마를 손에 쥔 그의 눈은 ‘해조류 문익점’이라도 된 듯 반짝거렸다.
이처럼 환경에 여러모로 긍정적 역할을 하는 해조류는, 그러나 전세계적 확대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태 ‘안 길러보고, 안 먹어보던 까닭’ 때문이기도 하지만,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블루카본 흡수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전문가들은 ‘바다 숲’인 해조류를 국제적인 탄소 흡수원으로 인증받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피터 매크리디 호주 디킨대 교수는 5월 10일 해양수산부가 연 ‘제12회 바다식목일’ 기념 포럼에서 “해조류는 뛰어난 탄소 흡수원인 만큼 신규 인증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조류의 탄소 흡수력을 고려해 ‘바다숲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바다숲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하고 국제사회와 공조해 해조류의 높은 탄소 흡수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밥 대란으로 시작한 해조류에 대한 관심이 국제 사회의 탄소 흡수원 인증 등으로 확대돼 기후변화 대응에 긍정적 영향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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