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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황도 시작엔 이들이 필요했다…창업자들보다 더하면 더한 VC의 허슬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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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황도 시작엔 이들이 필요했다…창업자들보다 더하면 더한 VC의 허슬 정신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AP연합뉴스

1993년 생생한 비디오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비전을 가진 젊은 엔지니어가 서점을 기웃거렸다. 창업을 하고 투자를 받기 위해 ‘비즈니스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한 권 골랐지만 결국 끝까지 읽지 못 했다. 비즈니스 계획서를 작성하느라 골머리를 앓기도 전에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캐피털(VC)인 세콰이어 캐피털로부터 운 좋게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피치(짧은 시간에 사업 모델을 발표하는 것)’를 할 시간도 없이 행운을 거머쥔 이 엔지니어는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우뚝 선 엔비디아의 젠슨 황 창업자다. 그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LSI에서의 제 평판 때문이었어요. 당신은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 없어요. 이왕이면 당신의 과거를 좋게 만드는 법을 만드세요.”

젠슨황도 시작엔 이들이 필요했다…창업자들보다 더하면 더한 VC의 허슬 정신

스타트업에 적절한 때에 자금을 대고 충분히 꽃을 피우도록 돕는 투자자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때로는 창업자의 중요성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평가를 받거나 창업자의 성공에 편승하는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큰 비전이나 사명을 가진 창업가에 비해 투자자들은 관심이 좀 더 개인의 이익을 향한다는 시각도 크다.

우리나라는 벤처캐피털이 본격적으로 태동한 1970년대 이후 이제 막 반세기를 넘었다.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되고 나서야 벌어진 흐름이기에 벤처캐피털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다양한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메이드 인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다른 곳에서 태동한 기업들과 다르게 압도적인 성장세와 남다른 혁신을 보이는 데는 ‘샌드힐로드’로 통칭되는 VC의 기여가 컸다는 점을 살펴볼 때가 왔다.

젠슨황도 시작엔 이들이 필요했다…창업자들보다 더하면 더한 VC의 허슬 정신
/사진 제공=RHK

이 절묘한 때 나온 책이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벤처 캐피털 혁신에 대한 연구를 한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 교수의 저서 ‘벤처 마인드셋(RHK 펴냄)’이다. 원제는 ‘VC 마인드셋(The VC Mindset)’으로 VC가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잠재 기업에 투자하는지, 그리고 초반의 성과를 어떻게 밀어붙이고 언제 물러날 때를 아는 지 VC의 허슬(될 때까지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것) 정신을 담아냈다. VC가 가진 마인드셋 가운데 일반 기업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다룬 것은 이 책의 차별화된 지점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VC가 위험에 대처하는 자세다. VC는 ‘작위의 오류’보다 ‘부작위의 오류’에 더 큰 타격을 입는다. 점진적인 혁신을 이루는 분야가 아닌 특정 한 기업이 만든 파괴적 혁신으로 인해 ‘잭팟’에 가까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업계는 투자를 해서 실패하는 것보다 안 해서 실패하는 것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VC인 벤치마크 캐피털의 파트너 빌 걸리는 이 같이 표현한다. “효과가 없는 회사에 투자하면 1배의 손실을 입지만 구글을 놓치면 1만 배의 돈을 잃습니다.” 이 때문에 어느 VC에서는 홈페이지에 투자를 놓쳤던 포트폴리오인 ‘안티 포트폴리오’를 크게 새기기도 한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감을 믿고 베팅하느냐 하면 오해다. 여기서부터는 허슬 정신과 시스템의 조화가 빛을 발한다. 저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한 번의 투자를 위해 벤처캐피털리스트가 고려하는 고래는 평균 101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 숫자가 150개까지 늘어난다. 빠르게 피드백과 파트너 검토를 받지만 실사와 거래 조건을 협의하는 부분부터는 최대한 느리게 많은 과정을 숙고한다.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의 전설의 VC인 ‘a16z’에서는 투자를 검토할 때마다 ‘악마의 변호인’에 해당하는 레드 팀을 세워 최악의 시나리오를 점검하기도 한다.

동시에 절대적인 진리로 삼는 부분이 있다. 사업의 실패와 창업자의 실패는 구분을 확실히 한다는 것. 대표적인 게 액셀 벤처스의 사례다. 한 온라인 게임 개발 업체에 투자했지만 이 게임은 처절하게 망했다. 남은 투자금 50만 달러를 돌려주겠다는 창업자들의 제안에 액셀 벤처스는 거절했다. 대신 다른 아이템을 찾아보라고 제안했다.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 창업팀은 내부에서 소통하던 메신저를 내놨다. 이는 오늘 날 모든 기업에서 메신저로 사용하는 ‘슬랙’이 됐다. 이후 270억 달러에 세일즈포스에 팔리며 액셀은 진정한 승자가 됐다. 창업이 아니라 모든 일에서도 똑 같다. 과연 일의 실패를 사람의 실패와 구분하고 있는지, 제대로 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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