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지난 2022년 둔촌주공아파트 공사 중단 사태에 이어 최근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장도 공사가 중단됐다 재개된 가운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사업장까지 공사 중단 위기에 이르렀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공사비 검증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사 중단 위기 처한 ‘청담삼익’
21일 기자가 방문한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출입구에서는 공사 중단 예고 현수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이 현수막은 지난 17일부터 게시됐다. 해당 현수막에는 ‘조합이 2021년 12월 착공 후 도급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날 오후 기준 청담삼익아파트 공사현장은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공사용 엘리베이터가 가동되고 현장 근로자들이 공사장 안팎을 분주히 이동하는 등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보행자 안전통로와 공사장 가림막 곳곳에는 롯데건설 측이 작성한 계약이행 촉구 관련 문서가 부착돼 있었다. 해당 문서를 유심히 읽고 가는 현장 근로자들도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마주친 근로자 A씨는 공사 중지 안내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중단 예고기 때문에 지금으로서 뭐라 말할 수 있는 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현재 사업에 약 4855억원(직접공사비 2475억원, 대여금 1080억원, 사업비 1300억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조합이 △일반분양 실시 △마감재 변경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 협의 △도급 공사비 정산 등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데일리임팩트에 “조합하고 시공사 싸움일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상황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추가 분담금이나 분양 일정이 더 지연되는 등의 영향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8월 총공사비 3726억원에 도급계약을 맺은 조합과 롯데건설은 지난해 5월 이를 6313억원으로 증액하는 계약을 맺었으며, 5개월 뒤에는 조합의 집행부가 새로 선출된 바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난달 말 기준 공정률이 50%에 달하지만, 일반분양이 무기한 미뤄지면서 공사비 수금은 5.6%에 그치고 있다”며 “공사비 증액 이후 조합이 추가로 요구한 마감재·설계 변경에 따른 공기 연장 및 공사비 증액 요구도 조합 측이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말 이후 조합 측에 세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조합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계약 위반행위를 지속해 부득이하게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을 걸게 됐다”며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에 따라 90일 이후인 오는 9월1일부터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 대조1구역 등…잇따른 공사비 갈등
공사비 증액 문제로 인한 시공사-조합 간의 갈등은 지난 2022년부터 이어져 왔다. 강동구 성내동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이 대표적인 사례로, 자금조달 문제 및 시공사-조합 간 계약 문제, 법적 분쟁 등이 주원인이었다. 이에 지난 2022년 4월부터 6개월가량 공사가 중단됐었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는 3조2000억원에서 4조3400억원으로 35.6% 늘어났고, 공사 기간도 16개월 연장됐다. 자연스럽게 입주 시기도 연기됐다. 해당 아파트는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공사비 분쟁으로 중단됐던 은평구 대조1구역의 공사 현장이 합의를 보며 약 반년 만에 공사가 재개됐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지난 2022년 10월 착공해 공사를 진행했으나 조합 집행부의 부재, 공사비 1800억원 미지급 등으로 지난 1월1일부터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지난 11일 조합장과 임원 선임을 위한 현장투표 및 임시총회가 마무리되자 공사가 재개된 것이다.
이에 현대건설 측은 “앞으로 신임 조합장과 공사비 협상, 마감재 결정, 조합원 및 일반분양 등의 사업추진을 원활하게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사비 갈등 중재 나서는 정부… 검증 실효성은
한편 공사비 검증을 통해 협의가 이뤄진 사업장도 있다. 성동구 행당 7구역은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설계변경, 물가변동 등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으나 조합이 받아들이지 않아 갈등이 이어져 왔다.
이에 서울시는 SH공사에 시범사업 격으로 해당 사업지에 대한 공사비 검증을 요청했다. 이후 시공사가 제시한 증액분 526억원(설계변경 280억원, 물가 변동 246억원)에 대한 공사비 검증을 진행한 결과, 증액 요청액의 53%인 282억원으로 합의를 끌어내 사업 지연을 피했다.
SH공사는 신반포22차 재건축 사업에도 공사비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오는 8월 검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신청 사례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3건에 불과했던 공사비 검증 신청은 지난해 3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도 이달까지는 12건이 접수됐다. 다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평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사업시행자와 조합원을 대신해 검증기관에서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토해 변경계약 체결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을 뿐, 공사비 검증 결과 그대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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