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정상화를 위한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한다.
금감원이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여 년 만이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아닌 자산건전성 기준으로 경영실태평가에 나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당국은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안정될 때까지 분기별로 경영실태평가를 이어갈 예정이다. 2분기와 3분기도 연체율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여 경영실태평가 대상 저축은행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초까지 연체나 만기연장이 많은 부동산PF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평가는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의 4단계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또 부동산PF 사업성 평가와는 별개로 금감원은 저축은행·캐피탈 업계에 부동산PF 사업장 상세 정보를 요청했다. 금융사가 제출한 사업장 정보를 토대로 내부 점검 기준에 따라 약 5000곳에 달하는 사업장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새로운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른 저축은행업권의 부실 확대 우려와 관련해 “부실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금융사에서 부실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며 “돈이 묶여 2∼3년 이상 자금 공급을 지연하면 국민의 주거 관련해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 부실을 장부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조달 비용 부담도 이어지고 있어 업계 상위권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통상 저축은행은 은행권 예금 금리보다 0.8~1.0%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공해 수신을 유치한다. 고금리에 이자 비용이 늘면서 비용 부담이 지속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자체적으로 기준을 만들어서 현장 점검을 하는 건데, 기준을 좀 더 강화하면 언제든 대형 저축은행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아무래도 경영실태평가가 10년 만에 처음이다 보니 업계가 대형, 소형을 막론하고 심란한 분위기”라고 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그간 저축은행에 대해 엄격한 관리를 해오고 있는데, 이번에 특별히 경영실태평가를 한다고 하니, 그 결과가 이전과는 다르게 나올 것 같다”면서 “일부 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를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달 초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1360억원 규모의 개인 및 개인사업자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지난해 말 12곳 저축은행이 1000억원 규모를 매각한 데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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